[패션톡] 여자 배우에게만 패션 질문이 정말 불편한 이유

입력 2018-04-26 05:00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시사회에 참석한 스칼렛 요한슨. 게티이미지 코리아

마블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일명 ‘마블 영화’에 10년동안 5편에 출연한 미국 여배우 스칼렛 요한슨. 요한슨은 ‘마블 영화’에 살아있는 역사나 다름없습니다. 그런 그녀가 최근 개봉하는 마블 신작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기자회견에서 패션에 관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영화에서 어떤 패션 요소가 담겨 있는지 에 대한 질문이었다. 이 질문을 한 기자는 남성 기자였습니다.

요한슨은 패션에 관한 질문을 받고 바로 마이크를 잡아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제가 지금 패션 질문을 받은 게 맞죠”라고 오히려 반문합니다. 그러면서 이런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영상으로 보면 그런 질문이 그녀의 기분을 상하게 했음이 분명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무대에 앉은 다른 남자 배우에게는 이번 영화나 앞으로 있을 마블 영화에 대한 질문을 줬습니다. 요한슨은 패션 질문에 불쾌했습니다. 그러나 프로답게 그 질문을 건너뛰지 않고 답을 하기 시작합니다. (요한슨의 패션에 대한 질문과 대답은 22분20초 정도 부터 시작됩니다.)






“이번 영화에서 대부분 가죽 레깅스를 입었습니다. (이전의 마블 영화에서)10년째 그래왔고요. 혹시 영화에 포함했으면 하는 패션 요소가 있다면 우리한테 꼭 알려주세요.”



요한슨은 “이번 영화에서 새로운 조끼를 입었는데, 엄청 신났다”는 식의 답변을 진지한 표정으로 했습니다. 무대뿐만 아니라 취재석에서도 당연히 웃음이 터졌습니다. 요한슨도 남성 기자가 자신에게 던진 질문에 악의가 없었다는 것을 알았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심 성의껏 대답을 했을 겁니다. 그러나 아무렇지 않게 준비한 그 질문이 누군가에게는 실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려줬습니다.

여성 배우들은 너무나 당연하듯 작품이나 혹은 공식 행사에서 무슨 옷을 입었는지, 또 어떻게 스타일을 바꿨는지에 대한 질문과 관심을 받아야 합니다. 다이어트나 몸매 얘기도 포함됩니다. 그러나 이런 질문이 남성 배우에게 하는 것은 매우 어색하죠.

한 기자는 영화 홍보차 인터뷰에 응한 남성 배우에게 레드카펫에서의 포즈나 몸매 관리 등을 질문했습니다. 배우는 당황한 표정으로 답을 했습니다. 패션지 코스모폴리탄이 2015년 마블 영화인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에 출연한 마크 러팔로에게 했던 일입니다. 그 옆에는 또 다른 주연 배우인 요한슨이 앉아 있었습니다. 남성 배우에게는 매우 생소하지만, 여성 배우들은 이제껏 수차례 받았던 그런 질문을 일부러 던진 것이죠.

공식 석상에서 어떤 포즈를 할 거냐는 질문을 받은 배우. 영상 캡처





요한슨은 영화 개봉 전후 기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았습니다. 그때마다 요한슨은 까칠했지만, 그런 질문은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이런 성차별적 질문에 대한 경각심이 없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요한슨은 2015년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기자회견에서 ”어벤져스 멤버 중 섹시함을 담당하고 있다”라는 한 기자의 말에 “정말인가? 크리스 헴스워스(남성 배우)를 본 적 있는가?”라고 응수했습니다.

또 2012년 런던에서 열린 ‘어벤져스’ 기자간담회에서는 다이어트 비법을 묻자 옆에 선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 “당신은 진짜 흥미로운 질문을 받고 나는 왜 '토끼나 먹을 법한 풀떼기'에 대한 질문을 받는 거지?”라고 푸념하기도 했습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배역에 대한 질문을 받았거든요.




요한슨에게 영화에서 착 달라붙는 의상 안에 무슨 속옷을 입냐고 집요하게 질문한 진행자도 있었습니다. 요한슨은 옆에 앉은 남자 배우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하실거냐고 되물었지만, 진행자는 그럴 일이 있겠냐는 듯 황당한 표정을 짓습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