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증 아들 가방에 ‘녹음기’ 넣었더니 벌어진 일

입력 2018-04-25 15:01 수정 2018-04-25 15:18
Milissa Davis 페이스북(왼쪽)/가방에 녹음기를 넣는 모습을 연출한 화면. WBRZ 뉴스 캡처

엄마는 자폐증을 가진 아들이 학교 생활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러나 아들을 괴롭히는 것이 ‘교사’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살고 있는 열두살 소년 캠프 데이비스는 지난해부터 ‘호프 아카데미’라는 대안학교에 다녔다. 데이비스는 자폐증을 앓고 있었다. 엄마 밀리사는 ‘호프 아카데미’가 아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개별적인 교육을 지원해줄 거라 믿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데이비스는 공격적으로 변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자폐 증상이 더 심해졌다. 아들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걸까. 혹시 괴롭힘을 당하는 건 아닐까. 밀리사는 고민에 빠졌다.

어느 날, 밀리사는 학교에 가는 아들의 책가방에 소형 녹음기를 넣었다. 아들이 겪는 문제를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밀리사의 추측은 어느 정도 맞아 떨어졌다. 녹음기에는 데이비스에게 소리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담겨있었다. 그런데 아들을 괴롭히는 건 아이들이 아니었다. 아들을 가르치는 특수 교육 담당 교사와 그의 보조 교사였다.

교사들은 교실에서 대놓고 데이비스를 면박 주고 폭언을 퍼부었다.


왜 필기를 하지 않았어? 이러니까 누구도 너랑 앉으려고 하지 않는 거야. 가서 엄마한테 말해.”

“그냥 단어를 적으라고! 그게 그렇게 어렵니?”(조롱하는 소리)

XX 같은 공립 학교 인간들이 캠든과 뭘 할 수 있겠어? 캠든은 잠시도 가만 있지 않을 거야.”

충격에 빠진 밀리사는 지난달 말 페이스북으로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밀리사는 미국 지역 방송국 WBRZ와의 인터뷰에서 “울고, 소리 지르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내가 아들을 그곳으로 보냈다. 내가 모르는, 이전에 벌어졌을 일들에 대해 생각해보라”며 울먹였다.

Milissa Davis 페이스북

이 사건은 미국 전역에서 공분을 샀다. 학교 교장은 곧바로 두 명의 교사를 해고하고 사태 수습에 나섰다. 아이들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공개 토론회가 열렸고, 교직원에 대한 교육이 실시됐다. 25일 WBRZ에 따르면 학교 측은 교내 감시 카메라 설치까지 고려하고 있다.

데이비스는 학교를 옮기면서 조금씩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학대에 대한 후유증이 남았다고 밀리사는 전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