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가 택한 주한美대사 해리스, 대북 ‘강경한 협상파’

입력 2018-04-25 14:37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 내정자. 뉴시스

해리 해리스(62) 미국 태평양사령관이 16개월째 공석 중인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됐다. 백악관은 지난 2월 호주 주재 미국 대사로 지명된 해리스 사령관을 주한 미 대사로 재지명할 계획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는 24일(현지시간) 해리스 지명자에 대한 청문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전날 트럼프 행정부의 긴급 요청으로 이를 취소했다. 호주 정부의 아그레망을 마치고 미 의회 인준절차를 앞두고 있는 현역 4성 장군을 한국으로 파견하는 전격적인 교체다.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주한 미 대사의 장기 공백을 서둘러 메워야 한다는 시급성이 반영된 것이다.

미 언론보도 등을 종합하면 해리스 사령관은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됐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재가를 남겨 두고 있다. 호주 대사 지명자를 한국 대사로 바꾸기로 한 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의 생각이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폼페이오 지명자 역시 미 상원의 인준 절차를 남겨두고 있지만 북미정상회담 준비를 총괄하는 등 국무부 인사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호주 정부에 대사 내정자 교체를 통보하고 양해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줄리 비숍 호주 외무장관은 25일 기자들에게 “해리스 사령관이 호주대사로 오는 것을 환영하긴 했지만, 미국이 한반도에 중대한 도전과제가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며 “적절한 시기에 미국이 매우 적절한 대사를 대체 임명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해리스 사령관도 자신의 근무지가 호주에서 한국으로 바뀌는 것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의회에서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주한 미 대사의 장기 공석을 방치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폼페이오 지명자가 이런 여론을 파악한 뒤 호주 대사 지명자를 한국으로 교체 파견하는 방안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해리스 사령관의 부친은 한국전쟁 참전 용사 출신이며, 모친은 일본계다. 해리스는 일본에서 태어나 미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했으며, 2015년 주한미군 사령부를 관할하는 태평양 사령관에 취임했다.

그는 미 의회 청문회에서 “김정은의 핵무기 개발 동기는 한반도 적화통일”이라고 말하는 등 대북 강경파로 분류된다. 다만 “김정은의 무릎을 꿇리는 것 보다 그의 생각을 바꾸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북핵 문제를 군사적으로 해결하기보다 외교적 협상을 통해 해결하는 것을 지지하고 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