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논란을 빚고 있는 북한의 비핵화 기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완전한 비핵화는 북한이 핵무기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대단히 열려 있으며 훌륭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비핵화를 논의할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의 반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 “완전한 비핵화는 아주 간단하다”며 “그들이 가진 핵무기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핵실험 중단 발표를 환영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비핵화의 기준에 대한 논란이 일자 가이드라인을 분명히 한 것이다.
비핵화가 동결이나 비확산에 그쳐서는 안 되며 폐기로 이어져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동결은 핵실험이나 미사일 개발을 현 수준에서 더 이상 진전시키지 않는 것을 의미하며, 비확산은 핵·미사일 기술을 다른 나라로 이전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간단한 합의를 이룬 뒤 성공했다고 말하기는 매우 쉽겠지만, 나는 이를 원치 않는다”며 “북한이 핵무기를 제거하는 것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한과 매우 개방적이고 훌륭한 방식으로 협상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김 위원장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이어 “북한과 관련해 매우 특별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는 북한과 미국, 그리고 모두에게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협상이 공정하거나 합리적이지 않다면 회담장을 떠날 것”이라며 “지켜보자”고 말했다.
◆ 남북정상회담→한미정상회담→북미정상회담
4·27일 남북정상회담과 6월 초 북미정상회담 사이에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방안이 공식화됐다. 청와대는 북미 정상회담 전인 5월 중순 한미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4일 오후(미국 현지시각) 워싱턴에서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만나 1시간 동안 의견을 나눴다"며 이렇게 밝혔다.
윤 수석은 "정 실장과 볼턴 보좌관은 이틀 앞으로 다가온 남북 정상회담 상황, 특히 이미 한반도 비핵화 달성을 위한 한미 양국 간 긴밀한 공조방안에 대해 의견 조율을 마쳤다"며 "정상회담 이후 상황에 대해서도 협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두 사람은 문재인 대통과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직후 전화통화를 갖고 결과를 공유하기로 합의했다. 북미 정상회담 전에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을 추진하는 방안도 협의했다"고 덧붙였다.
정 실장이 볼턴 보좌관을 만난 것은 지난 13일 이후 열흘 만이다.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현재까지의 남북 간 진행상황을 긴밀히 공유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북미 회담의 '길잡이'라고 전망한 만큼 북미 회담의 성공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 실장의 방미 배경에 대해 "진행 상황 수시로 바뀌어서 남북 간 협의 내용에 대해서 한미 간에도 긴밀하게 공조를 하기 위해서"라며 "아무래도 전화 통화보다 직접 대면해서 만나는 게 이해도를 높일 수 있어 좋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 합의문 논의를 위해 간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남북 정상회담에서 끝나는 게 아니고 북미 정상회담까지 성공적으로 개최를 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긴밀하게 협의를 진행해 나가야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상호간 이해를 높이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