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자살 막으려 육교 아래 늘어선 13대의 트럭

입력 2018-04-25 11:06
사진=미국 미시간주경찰 트위터 캡처

고속도로 육교 위에서 한 남성이 자살하려 하자 만약 뛰어내릴 경우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육교 밑에 13대의 트럭이 늘어섰다. 미국 미시간주에서 벌어진 이 상황을 CNN, 폭스뉴스 등 현지 언론이 24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미시간주 경찰은 이날 오전 1시쯤 디트로이트 외곽의 헌팅턴우즈 육교 위에서 한 남성이 뛰어내리려 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경찰은 고속도로를 봉쇄한 뒤 주변 트럭 운전자들에게 고속도로 아래에 주차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가 넘어지거나 뛰어내릴 경우를 대비해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에 트럭운전사 13명은 각자의 트럭 간격을 최대한 좁히며 육교 아래에 주차했다. 미시간주 경찰인 마이크 쇼는 “육교 높이는 4~5m이지만, 트럭 지붕까지는 1~2m밖에 안 됐을 것”이라며 “이런 경우 트럭운전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흔한 일인데 13대나 동참한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남성을 설득해 육교에서 내려오도록 한 뒤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약 3시간이 지난 오전 4시쯤에야 고속도로 봉쇄도 풀렸다. 쇼는 “우리는 그가 하려는 행동이 옳지 않은 일이라고 설득할 수 있었다”며 “그를 지역 병원으로 이송했고 그곳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3대 트럭 운전자 중 한 명이라고 밝힌 크리스 해리슨은 사건이 마무리된 뒤 경찰이 각 트럭으로 일일이 찾아와 악수를 하고 감사를 표했다고 밝혔다.

다리 밑에 양방향으로 주차된 13대의 트럭이 찍힌 사진은 소셜미디어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쇼는 그 사진의 진실은 따로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진에는 자신의 삶을 끝내려는 사람이 있었다”며 “이 사건은 경찰이나 트럭운전자가 한 일이 아니라 그 사람이 (자살하려는) 마음을 바꾼 이야기로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