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진 신세 가슴에 새겨” 부장판사가 장충기에게 보낸 문자

입력 2018-04-25 10:54 수정 2018-04-25 10:56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왼쪽)과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오른쪽). 사진=JTBC '뉴스룸' 캡처, 뉴시스

법원장을 지낸 고등법원의 부장판사가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에게 '삼성을 홍보했다'는 등의 아부성 발언과 '가족의 인사청탁'을 암시하는 등의 문자 메시지를 여러차례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판사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딸인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과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의 이혼 소송 항소심 재판장을 맡고 있어 공정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4일 JTBC 보도에 따르면 강민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2015년 12월 14일 인터넷에 일정표 앱 활용 동영상을 올렸다. 영상 속 삼성의 스마트폰 결제 시스템인 '삼성 페이'가 등장한다.

그는 이 영상을 인터넷에 올린 다음날 장 전 사장에게 문자를 보내 '삼성 페이를 소개했다'고 생색을 냈다.

이 밖에도 '이마트에서 장을 보는데 삼성페이가 막혀있다'는 등 평소 자신이 삼성전자 제품과 서비스를 자주 이용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JTBC '뉴스룸' 캡처

또 2015년 8월부터 약 1년간 장 전 사장에게 동생의 인사 청탁을 암시하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보도에 따르면 강 부장판사가 부산지방법원 법원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당시 삼성 대외협력업무 최고책임자였던 장 전 사장에게 직무와 무관한 내용의 문자 메시지 13건을 보냈다.

23일 뉴스타파가 공개한 문자 내용에 따르면 강 부장판사는 장 전 사장에게 "인도 사업장에 가 있는 제 막둥이 동생이 억압 분위기를 못 견뎌해 사직하라 했다. 벙커식 리더십으로 부하를 통솔하는 김 사장이 안타깝다. 그동안 진 신세는 가슴에 새긴다"고 말했다.

매체는 삼성그룹 계열사에 근무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친동생의 인사 문제를 장 전 사장이 해결해주길 바란다는 취지의 뜻을 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왼쪽)과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오른쪽). 뉴시스

강 부장판사가 장 전 사장과 주고받은 문자 내용이 공개되면서 현직 법관이 기업 관계자에게 보낸 문자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강 부장판사가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을 맡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임 전 고문은 강 부장판사가 삼성 측과 친분이 있다며 재판부 기피 신청을 냈지만 기각됐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