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2NE1 출신 박봄의 마약류 약품 밀반입 사건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당시 불거졌던 ‘검찰의 봐주기 의혹’도 재차 제기되고 있다. 박봄은 암페타민이 소량 함유된 아데랄을 다량 들여오고도 입건유예 처분됐다.
24일 방송된 MBC PD수첩은 박봄이 2010년 국제특송우편으로 아데랄 82정을 ‘젤리류’라고 표기해 국내에 반입했던 사건을 재조명했다. 박봄은 어머니를 통해 미국의 한 병원에서 이 약품을 처방받았고, 약품은 인천에 위치한 할머니 자택에 배송됐다. 택배를 발견했던 인천공항 세관은 인천지검에 신고했지만 검찰은 일주일 후에야 할머니 자택을 찾아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했다.
이 소식이 크게 논란이 되자 박봄 소속사 대표였던 양현석은 “어머니와 할머니가 설마 마약을 구해줬겠나. 박봄의 어린 시절 친한 친구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된 후 오랜 기간 정신과 심리 치료를 받으며 복용했던 약이다. 수입 금지 약품이라는 것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박봄이 들여온 아데랄이 미국에서 처방전을 통해 합법적으로 살 수 있는 약품이고, 이 약품을 처방받은 적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입건유예 처리했다. 혐의는 있지만 더는 수사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일주일 후 할머니 자택을 찾아간 것에 대해서는 보통 마약수사의 경우 국내에서 어떻게 퍼지는지 파악하기 위해 일정 기간 경로를 관찰한다고 밝혔다. 박봄이 약품을 일주일 동안 3~4정만 먹었고, 이는 치료용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봐주기 의혹은 잠잠해지지 않았다. 범죄과학연구소장이었던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매체에 “다른 피의자들과 달리 입건유예라는 검찰의 재량이 발휘됐다. 이것은 불법에 가까운 재량권 남용이고 잘못된 행동이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용석 변호사는 2014년 방송된 JTBC ‘썰전’에서 “입건 유예는 말이 안 된다”면서 “분명히 윗선에서 봐준 것”이라고 했다.
당시 인천지검장은 ‘별장 성접대 동영상 사건’에 연루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었다. 제2차장검사는 도로변에서 다섯 차례에 걸쳐 음란행위를 해 물의를 빚었던 김수창 전 제주지방검찰청 지검장이었다. 과거 인천지검에서 마약 사건을 담당했던 조수연 변호사는 PD수첩에 “(박봄 사건은) 이례적인 일이며 그런 케이스는 없었다. 말 그대로 정말 피치 못할 사정이 있더라도 최소 집행유예 정도는 받는 게 정상적인 사건 처리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