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와 공방을 벌였던 정봉주 전 의원이 24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해 피고소인 겸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정 전 의원은 이날 오전 8시53분쯤 기습 출두해 피고소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오후 7시10분쯤 귀가했다.
정 전 의원은 24일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조사 시간보다 1시간 이상 빨리 지능범죄수사대에 도착해 포토라인 앞에 서지 않고 곧장 조사실로 향했다. 포토라인 앞에 서는 것이 의무는 아니지만 예정된 시간에 출석하면 자신을 기다릴 취재진을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시간을 앞당긴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정 전 의원이 출석은 일찍 했지만 변호인은 오전 10시에야 도착해 그때부터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돌아갈 때도 마찬가지였다. 정 전 의원은 조사를 마치고 오후 6시40분쯤 피의자 신문 조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단 30분 만인 오후 7시 10분쯤 열람을 모두 마치고 경찰서를 빠져나갔다. 보통 자신이 진술한 내용을 수사기관이 제대로 기록했는지 등을 확인하는 조서 열람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30분 만에 조서 열람을 마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조사를 마치고 귀가할 때도 기자들을 피해 옆문으로 나와 바로 도망치듯 차량에 타고 귀가했다고 뉴시스는 전했다. 기자들이 빠르게 따라붙어 ‘혐의를 인정하시냐’는 등의 질문을 던졌지만 정 전 의원은 입을 다문 채 빠른 걸음으로 차량에 탑승했다.
앞서 프레시안은 지난 달 7일 정 전 의원이 2011년 기자 지망생을 렉싱턴호텔로 불러 성추행했다고 보도했다. 정 전 의원은 성추행 의혹을 보도한 프레시안 소속 기자 2명을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이에 맞서 성추행 의혹을 최초 보도한 프레시안 기자 등 3명은 정 전 의원을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맞고소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