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만찬 유일의 양식 ‘뢰스티’… 유학파 김정은 취향저격?

입력 2018-04-24 16:32 수정 2018-04-24 16:33
오는 27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 만찬에 오를 스위스식 감자전. 청와대 제공

남북 정상회담 만찬 식단은 재료 하나마다 우호와 교류의 의미를 담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전남 신안 가거도산 민어·해삼초, 노무현 전 대통령이 오리농법을 선보였던 경남 김해 봉하마을산 쌀, 정주영 전 현대건설 회장이 북한에 몰고 간 소떼를 키웠던 충남 서산목장의 한우가 공수된다. 모두 한식 재료들이다.

유일한 양식이 있다. 스위스식 감자전 ‘뢰스티’(rösti)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은 10대 때 스위스에서 유학했다. 신원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 ‘박운’이라는 가명을 사용했다. 김 위원장의 스위스 유학파 이력은 북한의 폐쇄적인 사회 구조를 개방형으로 바꿀 수 있다는 기대를 받기도 했다. 부친이 사망한 2011년 12월 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돼 북한 최고 권력자가 된 뒤부터 선군정치를 넘겨받고 핵개발에 몰두하면서 지금의 ‘광폭 행보’를 실현할 때까지 6년여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뢰스티는 김 위원장의 스위스 유학파 이력을 강조한 식단으로 풀이된다. 뢰스티는 스위스인의 ‘소울푸드’ 중 하나다. 스위스 베른 농가의 전통 가정식이다. 감자를 강판에 갈아 채를 썰고 둥글게 부친 전 위에 올린다. 모양과 식감은 감자전과 해시브라운의 중간쯤 된다. 치즈 베이컨 햄 양파들이 곁들이면 풍미를 더할 수 있다. 최근에는 스위스식 정찬의 사이드디시로 제공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4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고향 부산음식인 달고기 구이와 김 위원장이 유년을 보낸 스위스의 뢰스티를 우리식으로 재해석해 ‘스위스식 감자전’을 선보인다”고 말했다. 오는 27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만날 두 정상에게 유년을 떠올릴 고향의 향토음식을 제공해 우호의 분위기를 고조하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