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클릭 자동 상승 ‘킹크랩’ 서버 구축… 매크로보다 우월

입력 2018-04-24 16:29

민주당원 인터넷 여론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 관할 세무서와 회계법인을 압수수색하며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자금 추적에 나섰다. 경찰은 김씨가 회계 자료를 매일 삭제하며 은밀하게 자금을 활용해온 정황도 포착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피의자들과 거래한 상대방 및 주요 참고인 금융거래 내역을 확보해 이번 사건과 관련한 자금 흐름 중 수상한 부분을 살펴보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회계 관리 총책인 닉네임 파로스 김모(49)씨는 경찰 조사에서 “느릅나무의 금전출납장 일계표를 매일 엑셀파일로 작성해 회계 법인에 보내주고 파일은 즉시 삭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로스는 주범으로 지목된 김동원(49·닉네임 드루킹)씨의 지시로 이 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용처를 숨기려한 목적이 있었다는 뜻이다. 경찰은 드루킹 일당이 여론조작 자금으로 쓴 돈의 출처와 사용처를 확인 중이다.

경찰은 인터넷 모임인 경공모 자금이 개인회사인 느릅나무 출판사로 흘러 들어갔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느릅나무는 명목상 출판사일 뿐 실제로는 온라인 쇼핑몰 ‘플로랄맘'을 통해 비누 등을 판매한 게 수입의 전부였고, 이에 따라 드루킹이 경공모 돈을 끌어다 썼다는 것이다. 경찰은 경공모 수입이 느릅나무 회계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큰 만큼 이를 분석하면 여론조작 활동자금의 출처와 배후를 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찰은 드루킹 일당이 지난 1월 17일 댓글 조작에 이용한 매크로(자동화)프로그램 외에도 자체적으로 매크로 기능을 실행하는 서버를 구축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들은 이 서버를 ‘킹크랩’으로, 관련 댓글 활동을 ‘게잡이’로 지칭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공모 관계자는 “댓글을 조작하는 일에는 경공모 내 충성 회원들이 동원됐다”며 “(비밀 대화방에) 댓글 작업을 할 지원자를 모집하고 ‘24시간 네이버를 감시하는 별도의 요원 모집' 공지도 올라왔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킹크랩은) 매크로 기능을 할 수 있는 서버로 매크로 자체보다 (성능이) 우월하다”며 “서버를 이용하면 자동으로 ‘공감’ 클릭수가 올라가도록 하는 기능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드루킹 측근 김모(49·닉네임 성원)씨로부터 500만원을 건네받은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보좌관 한모씨를 조만간 소환해 금전거래 경위 등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허경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