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옥류관 냉면을 함께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전남 신안의 해산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 봉하마을의 ‘오리농법’ 쌀도 테이블에 오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4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 만찬 음식으로 옥류관 냉면이 좋겠다’고 북측에 제안했다”며 “북측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북측은 회담 당일인 27일 옥류관 수석요리사를 판문점으로 파견키로 했다. 옥류관 제면기는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 설치한다. 통일각에서 갓 뽑은 냉면은 만찬장인 남측 지역 평화의집으로 곧바로 배달될 예정이다.
남북관계 발전에 기여한 사람들의 고향에서 난 산물도 선보인다. 김 전 대통령의 고향 전남 신안 가거도의 민어와 해삼초로 만든 ‘민어해삼편수’, 노 전 대통령 고향 김해 봉하마을의 오리농법 쌀로 지은 밥, 윤이상 작곡가의 고향 전남 통영의 ‘문어로 만든 냉채’ 등이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소떼 방북을 기념해 충남 서산목장 한우를 이용한 ‘숯불구이’도 낸다.
김 대변인은 “우리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애쓰셨던 분들의 뜻을 담아 준비했다”면서 “그분들의 고향과 일터에서 먹을거리를 가져와 정성스러운 손길을 더했다”고 설명했다.
두 정상의 어린 시절을 상징하는 음식도 있다. 문 대통령 고향인 부산의 ‘달고기 구이’, 김 위원장이 유년 시절을 보낸 스위스의 음식 ‘뢰스티’를 우리 식으로 재해석한 ‘스위스 감자전’이 나올 예정이다. 만찬주로는 ‘면천 두견주’와 ‘문배술’이 선정됐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기자단을 상대로 정상회담 준비상황을 브리핑하며 “실무회담은 어제 마무리됐고 오늘 킨텍스의 ‘판문점 상황실’이 문을 열어 직원들이 근무를 시작했다. 오늘 오후에는 정상회담 준비위 차원에서 1차 현장점검이 있다”고 밝혔다. 25일은 남북 합동 리허설, 26일에는 2차 현장점검이 진행된다.
조 장관은 남북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해 “3월 29일 고위급 회담에서 1차적으로 논의했고, 그동안 남북이 의제 관련 협의를 해왔다. 아직 협의가 진행 중이다. 고위급 회담이 추가로 열린다면 진행되는 것을 정리할 가능성이 있고 경우에 따라 바로 정상회담에서 의제에 대한 논의를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3월 29일 고위급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평화 정착, 남북관계 발전을 중심으로 논의한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우리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이고 이번 정상회담은 그것을 위한 과정의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비핵화로 가겠다는, 비핵화를 협상으로 접근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정상회담에서 나올 ‘판문점 선언문’에 비핵화가 명문화될지는 아직 단언할 수 없다”면서 “비핵화 문제가 정상회담 의제에서 중요한 부분이라는 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 당국자는 “내일이나 모레 고위급회담이 추가로 열리든, 열리지 않든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실무회담에서 기본적인 사안은 정리돼 있고 의제도 서로 조율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남북정상회담의 특성상 두 정상이 만나 논의하고 조율하고 의견 접근을 이루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