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브랜드 가치 ‘땅콩회항’ 후 처음 아시아나에 역전 위기

입력 2018-04-24 15:42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로 시작된 대한항공의 위기가 한진그룹 전반에 대한 ‘비리 종합세트’ 수사로 비화됐다. 경찰과 관세청, 국토교통부에 이어 공정거래위원회마저 대한항공 총수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 조사에 착수했다. 대한항공은 3년 전 ‘땅콩 회항’ 사건보다 더 큰 위기에 직면했다. 대한항공 브랜드 가치는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공정위 조사관 10여명은 지난 20일부터 대한항공 기내판매팀 등에 대한 현장조사를 진행 중이다. 기내판매팀은 대한항공 항공기 안에서 판매하는 면세품 등을 관리한다. 공정위는 기내면세품 판매와 관련해 대한항공이 총수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공정위는 2016년11월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대한항공과 싸이버스카이, 유니컨버스에 총 14억3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서울고법은 지난해 증거부족을 이유로 대한항공의 손을 들어줬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 계류 중이다.

브랜드가치 평가회사인 '브랜드스탁'은 24일 소비자 평가를 토대로 가상화폐를 통해 거래가 이뤄지는 브랜드 증권거래소에서 대한항공의 주가가 47만3000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이후 줄곧 하강 곡선을 이어가며 6거래일 만에 7.8% 폭락했다. 지난해 3월 29일 이후 약 1년 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추후 소비자조사 지수가 반영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브랜드 평가는 ‘땅콩 회항’ 사태 이후 처음으로 역전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눈덩이처럼 사태가 확대된 배경에는 대한항공의 늑장대응이 한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조 전무 갑질 사건이 공개된 뒤 조양호 회장이 사과문을 내놓기까지 열흘이 걸렸다. 오너의 사과가 있기까지 산발적, 국지적 대응을 하는 동안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의 ‘릴레이 폭로’가 이어졌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