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국민일보 종교국에 한 남성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화가 많이 난 것 같았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경기도 용인의 시민입니다. 석가탄신일이 다가오면 거리마다 연등(燃燈)이 내걸립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어요. 연등불빛이 어디 전기를 끌어다 쓰는 것일까 궁금해 알아봤더니, 글쎄 구청 가로등 전기를 훔친 거였어요. 이거 도전(盜電, 전기도둑) 아닌가요.”
팩트 확인을 했습니다. 한국전력 동용인지사는 지난해 석가탄신일 기념 연등행사와 관련해 용인 처인구청에 도전 여부를 문의했다고 합니다. 시민들의 고발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동용인지사는 구청과 협의해 불교단체에 위약금을 부과했고, 면탈금의 1배를 위약 추징금을 추가했으며 신고자에겐 장려금을 지급했습니다.
재발방지 약속도 받았고요. 종교계가 많은 시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청렴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따끔한(?) 충고도 전했습니다.
동용인지사는 또 석가탄신일을 한 달여 앞둔 지난 12일 용인시와 각 구청에 이와 관련한 공문을 보냈습니다. 축제나 행사 때 반드시 임시전력 사용신청을 해달라는 협조요청입니다. 도전 단속도 강화하겠다는 말도 했습니다.
처인구청 관계자는 “몰래 전기를 빼서 사용하면 알기 힘들다”면서 “이와 관련한 민원이 해마다 발생하고 있다. 잇단 항의 때문인지 올해는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태양광 전지판 연등을 설치한다고 한다. 구청은 연등행사의 안전과 도로점용에 대한 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런 항의가 처음이 아닙니다. 몇 해 전에도 불교계의 이런 처사를 바꿔야한다며 항의하는 전화와 이메일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경기도 수원 조원동 일대 연등행사의 경우 경찰서 전기를 끌어가 연등을 점등하다 적발된 적이 있었습니다. 5월이 되면 전국 방방곡곡 거리를 뒤덮는 형형색색의 연등 행사에서 다신 이런 일이 있어선 안 될 것입니다.
연등회는 2012년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됐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지원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문화재청은 지난 2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하기 위한 신청서도 제출했습니다.
연등회는 조선시대 600년 가까운 세월동안 자취를 감췄습니다.
그러다가 1910년 한일합방 이후 일본 정토종에 의해 연등행사가 본격화됐고, 현재 초파일 제등행렬도 23년 전인 1995년 조계사에서 시작됐다는 게 대표적인 기독교 단체인 한국교회언론회의 입장입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