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부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으로 추정되는 여성의 ‘갑질 영상’에 입을 열었다. ‘땅콩 회항’ 사건 내부 고발자로 나선 후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고 주장했던 그는 연일 계속되는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파문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박 전 사무장은 24일 인스타그램에 “눈물 가득”이라며 한 영상을 올렸다. 오마이뉴스에서 공개한 이 이사장 추정 인물의 만행이 담긴 동영상이다. 상황을 목격했던 제보자는 2014년 한진그룹 계열사인 인천 하얏트호텔의 신축 조경 공사 현장에서 촬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이사장으로 보이는 여성은 작업자의 팔을 당기거나 밀쳤고, 서류를 땅에 던지며 행패를 부렸다.
박 전 사무장은 이 영상을 보고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트라우마 때문에 잠을 못 잤다. 4년 전 비행기 안에서 그대로 일어났던 일”이라고 한겨레에 털어놨다. 영상 속 여성이 이 이사장의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꼼짝없이 당하는 작업자가 본인을 연상시켰다는 뜻이다. 박 전 사무장은 조 전 부사장이 기내 땅콩 서비스를 문제 삼으며 비행기를 돌린 사건 직후 그의 폭언 및 폭행을 KBS와의 인터뷰에서 고발했다. 이 때문에 사내 따돌림과 강도 높은 근무에 시달렸다고 한다.
조 회장은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여객마케팅 전무의 ‘물벼락 갑질’로 불거진 논란이 가족 전체로 확산되자 22일 긴급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날 박 전 사무장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글을 SNS에 게재했다. 땅콩 회항 관련 기사 몇 건도 첨부했다. 조 회장이 “박창진 사무장 근무에 어떤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한 내용 등이다. 하지만 박 전 사무장은 복직 후 일반 승무원으로 강등됐고, 인사·업무상 불이익을 주장하며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조 회장 일가는 관세포탈과 밀수 의혹까지 받고 있다. 사치품을 대한항공 일등석을 통해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몰래 들여왔다는 것이다. 이에 관세청은 대한항공 본사와 조 전 전무 사무실을 20일과 23일 압수수색했다. 이렇게 확보한 이메일 기록을 토대로 총수 일가가 직원들에게 불법을 지시한 정황이 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만약 대한항공 직원들을 상습적이고 조직적으로 동원한 사실이 드러나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