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주재 중국대사관을 방문해 중국인 관광객 32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고에 대해 위로의 뜻을 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4일 보도했다.
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23일 오전 6시30분쯤 대사관을 찾아 “뜻하지 않은 불상사가 발생한 것이 매우 가슴아프다. 혈육을 잃은 유가족을 생각하면 참으로 통절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며 “습근평(시진핑) 동지와 중국 당과 정부, 피해자 유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위문과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앞서 22일 오후 6시쯤 북한 황해북도에서 빗길에 전복된 버스가 추락해 중국인 관광객 32명과 북한 주민 4명 등 36명이 사망하고 관광객 2명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김 위원장은 중국대사관을 방문한 뒤 저녁에는 병원을 찾아 부상자를 위로하고 치료 대책을 논의했다고 중앙통신은 전했다.
이에 리진쥔 중국대사는 “이른 새벽에 대사관을 찾아 애도와 위문을 표하신 데 대해 감동을 금할 수 없다”며 “습근평(시진핑) 총서기 동지와 중국 당과 정부에 즉시 보고하고 유가족에게도 그대로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김 위원장이 평양 주재 중국대사관을 방문한 사실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이 사고 발생 몇 시간 뒤 대사관을 방문해 위로의 뜻을 전하고 이를 북한 매체가 신속히 보도한 것은 최근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는 북·중관계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대적인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영국 BBC방송은 “북한 매체들이 전통적으로 구사해온 적대적 수사를 줄이고, 김 위원장을 따뜻한 지도자로 묘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이 현지 어린이집을 방문한 장면을 북한 매체들이 자주 보내는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BBC는 “북한 TV에 김 위원장이 군사시설이나 농업시설을 시찰하는 모습이 아닌 어린이들을 만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며 “국부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설주 여사를 ‘퍼스트레이디’로 부각시키는 점, 애연가인 김 위원장이 담배를 피는 모습이 사라진 점 등도 부드러운 이미지 변신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BBC는 전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