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에 ‘지주회사’ 요구한 엘리엇은?… ‘시체 뜯어먹는 펀드’

입력 2018-04-24 09:15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 사진 = 뉴시스(현대자동차 제공)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엘리엇은 지난 23일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대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한 뒤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라’고 요구했다.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폴 엘리엇 싱어 회장이 1977년 설립한 투자회사다. 2017년 기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행동주의 펀드로 꼽힌다. 엘리엇은 주로 파산하거나 파산 직전인 기업의 채권을 집중 매수해 왔다. 부실 기업 채권을 인수해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시체 뜯어먹는 벌처펀드’라고도 불린다.

엘리엇은 기업뿐 아니라 한 나라를 겨냥해 ‘작업’에 가까운 투자를 하기도 한다. 2014년 아르헨티나는 엘리엇으로 인해 국가 부도 위기를 두 차례나 겪었다. 콩고와 페루도 홍역을 치렀다.

엘리엇은 삼성그룹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 주식을 집중 매수하며 수익률 극대화를 추구했다. 이번엔 현대차그룹을 타깃으로 했다. 23일 주장한 지주회사 전환은 현대차그룹의 복잡한 지배구조를 간소화하라는 요구다. 더불어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을 통한 주주환원 확대도 요구했다.

이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를 분할합병하려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방향과 배치되는 주장이다. 현대차 측에서는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해 계열사 간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엘리엇이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향후 어떤 행동을 취할지는 아직 불명확하다. 재계에서는 엘리엇이 보유 주식 가격을 올리는 작업에 나섰다고 분석한다. 현대차그룹은 “엘리엇을 포함한 국내외 주요 주주 및 투자자들에게 출자구조 재편 취지와 당위성을 계속 설명하고 소통해 나갈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김종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