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가 사람 카메라 빼앗아 셀카… 저작권은 누구에게?

입력 2018-04-24 08:05

원숭이가 사람의 카메라를 훔쳐 찍은 ‘셀카’의 저작권은 원숭이에게 있을까, 사람에게 있을까? 미국에서 벌어진, 얼핏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이 저작권 다툼에서 법원은 사람의 손을 들어줬다.

미국 제9순회항소법원은 동물의 사진 저작권을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될 수 없다고 23일(현지시간) 판결했다. 하급심인 1심과 같은 판결이었다.

사건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진작가 데이비드 슬레이터는 당시 인도네시아 술라웨시를 여행하다 ‘나루토’라는 이름의 원숭이에게 카메라를 빼앗겼다. 원숭이는 이 카메라로 셀카를 찍었는데, 온라인상에선 ‘살인미소’ 원숭이로 유명해졌다.

사진작가 데이비드 슬레이터의 카메라로 셀카를 찍은 원숭이 나루토에게 셀카 사진 저작권을 인정하라는 소송을 제기한 '동물을 윤리적으로 대우하는 사람들'(PETA)의 제프리 커가 2017년 7월12일 샌프란시스코의 법원 앞에서 기자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미 제9 항소순회법원은 23일(현지시간) 동물의 사진 저작권을 주장하는 소송은 제기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AP뉴시스

그런데 이 사진의 저작권을 둘러싸고 갈등이 벌어졌다. 슬레이터는 카메라를 되찾은 뒤 이 사진의 저작권이 소속회사인 와일드라이프 러스낼러티즈에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동물을 윤리적으로 대하는 사람들(PETA)'는 원숭이가 스스로 찍은 사진이므로 원숭이에게 저작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미국 법원은 모두 슬레이터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법원은 저작권법은 사람들만 저작권과 관련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