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北 “美 핵우산 금지까지 확대”
제재해제·보상 놓고 줄다리기… 억류 미국인 석방도 걸림돌
북·미 정상회담을 확정하기 위한 물밑 접촉이 활발한 가운데 주요 쟁점들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비핵화의 의미와 속도 △비핵화 검증과 보상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석방이 3대 쟁점으로 좁혀졌다. 이 세 가지가 모두 타결되거나 의견 접근이 이뤄져야 북·미 정상회담 일정에 대한 합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중에서도 핵심은 핵무기 폐기를 포함한 비핵화를 둘러싼 논란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북한 문제에 결론이 나려면 아직 멀었다”며 “일이 잘 될 수도 있고, 잘 안 될 수도 있다. 오직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이틀 전만 해도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단 발표 소식을 듣고 “모두를 위한 진전”이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을 고대하고 있다”고 말한 것에 비하면 다소 신중해진 반응이다. 이는 북·미 정상회담 준비가 막판 진통을 겪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우선 북한과 미국은 비핵화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를 놓고 상당한 이견을 보이고 있다. 마크 쇼트 백악관 의회 담당 수석보좌관은 NBC방송에 출연해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간 이견을 인정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하는 비핵화는 북한이 우리 동맹국과의 전쟁에서 사용 가능한 핵무기를 더는 보유하지 않는 완전한 비핵화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 본토는 물론, 한국과 일본을 겨냥한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시설’을 폐기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핵실험 중단 발표에 이런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게다가 북한은 비핵화 범위를 미국의 핵우산 제공 금지까지 포함시키려 할 가능성이 높다. 핵우산 제공은 한·미 군사동맹의 근간이어서 타협이 쉽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 발표를 비핵화 조치로 받아들이는 듯한 트윗을 날린 것도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았으며 그들은 비핵화와 핵실험장 폐쇄, 추가 실험 중단을 약속했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그러나 북한은 ‘자신들이 위협받지 않는 한 핵을 먼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을 뿐 핵무기까지 포함한 비핵화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비핵화 이행 속도도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미국은 1년 이내에 비핵화를 완료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반면 북한은 수년간에 걸친 시간표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은 “김 위원장이 이달 초 평양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내정자를 만났을 때 비핵화 단계별로 양보가 따르는 합의안을 제시했다”며 “수년이 걸리는 시간표였다”고 보도했다.
비핵화를 검증하는 문제는 더욱 까다롭다. 과거 6자회담이 무기력해진 건 검증 수단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재 해제와 경제적 지원 등 보상 스케줄을 정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미국은 실질적인 비핵화가 이행되기 전까지 제재를 해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지만, 북·미 정상회담에서 어떤 형태로든 비핵화 합의가 타결될 경우 경제지원 계획이 함께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중국, 러시아 등의 유엔 제재 이행이 느슨해질 소지가 크다.
미국은 정상회담 전에 미국인 3명의 석방을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회담 의제와 장소 등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석방이 지연되고 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