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6월 그리고 2007년 10월, 남과 북 최고 당국자가 직접 만나 양국 현안을 포함한 제반 문제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27일 11년 만에 양국 수장이 만난다. 사상 처음으로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남한으로 내려올 예정이다. 회담은 전례 없던 생중계로 진행된다.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역사에 남을 파격을 거듭하는 중이다. 북한은 핵실험장 폐기를, 남한은 대북확성기 방송 중단을 ‘알아서’ 시행했다. 한반도 평화를 향한 의미 있는 변화들과 아직 남아 있는 과제를 짚어봤다.
◇ “긴장완화 위해” 대북확성기 2년 3개월 만에 중단
군사분계선(MDL) 일대 대북확성기 방송이 23일 0시를 기점으로 중단됐다. 2016년 1월 북한 4차 핵실험으로 재개된 이후 약 2년 3개월 만이다.
국방부는 23일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완화 및 평화로운 회담 분위기 조성을 위해 오늘 0시를 기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대북확성기 방송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조치가 남북 간 상호 비방과 선전활동을 중단하고 ‘평화, 새로운 시작’을 만들어 나가는 성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이번 국방부의 조치는 남북 합의 없이 사전에 선제적으로 취한 움직임이다. 북한이 핵실험 중단 및 핵실험장 폐쇄 조치를 발표한 지 이틀 만이다. 남북 간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군이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자발적으로 핵실험장 폐쇄한 北…“의미 있는 진전”
북한은 20일 개최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시험 중지를 투명성 있게 담보하기 위하여 공화국 북부(풍계리) 핵시험장을 폐기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결정서를 채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21일 보도했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핵무력·경제 병진노선’의 종료를 선언한 것이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이제는 그 어떤 핵시험과 중장거리,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도 필요 없게 됐으며 북부 핵시험장도 자기의 사명을 끝마쳤다”고 말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23일 북한이 폐기하겠다고 밝힌 풍계리 핵실험장에 대해 “지금도 사용이 가능한 상황인데도 자발적으로 (폐쇄를) 결정한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이 못 쓰는 카드를 내민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가 2005년 9·19 성명이 나온 이후 3년 있다가 이뤄졌다”면서 “이번 경우는 북한이 회담 전, 자발적으로 그런 (폐쇄)결정을 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나 우리 정부도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정부는 남북 간에는 물론 유관국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이제 남은 과제…北의 ‘핵’ 문제 ‘디테일’이 중요하다
21일 공개된 노동당 전원회의 결정문에 따르면 북한 핵 관련 문제는 총 4단계로 구분해볼 수 있다. 첫째는 ‘핵은 이미 무기화 됐다’이고 두번째는 ‘때문에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겠다’이며 세번째는 ‘이것은 군축의 일환이다’이고 마지막은 ‘이것을 다른 나라에 이전하지 않겠다’이다.
종합해보면 북한은 이미 핵을 완성했고, 때문에 더 이상 핵실험을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즉, ‘우리는 핵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고 선언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군축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핵보유국이기 때문에 역시 핵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과 함께 군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사실 북핵 문제 해결은 일순간에 이뤄질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북한이 단순 ‘폐기를 선언’한다고 끝나는 문제는 아닌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이를 염두에 둔 듯 남북 정상회담에서 가장 큰 과제는 세부 논의과정에서 빚어질 ‘디테일의 악마’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비핵화 ▲평화체제 ▲북미관계 정상화 ▲국제적 대북 경제지원 등은 원론적 합의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문제는 ‘디테일’이라고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실현해 나갈 방안을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또 우리가 지향해야 할 대북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로는 ‘남북의 공동번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비핵화든 평화든 그것을 통해 가려고 하는 것은 남북 공동번영”이라면서 “이제는 남북 간에 협력한다는 차원을 넘어 국제적인 참여 같은 것이 이뤄져야만 현실성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