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된 갑질 폭로에 반쪽 사과 논란까지…조현아·조현민 사퇴에도 비난 ‘여전’

입력 2018-04-23 05:48

조양호 회장이 갑질 논란에 대해 사과문을 발표하고 조현아·조현민 자매를 그룹 경영에서 배제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논란이 불거진 지 열흘 만이다.

하지만 비난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 폭로가 계속되고 있는 데다 탈세·밀수 의혹에 대한 언급은 없어 ‘반쪽 짜리 사과’라는 지적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JTBC 뉴스룸은 대한항공 전직 기장의 증언을 근거로 조 회장 일가가 해외에 방문할 경우 현지 지점은 물론 공항에도 비상이 걸린다고 2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기장은 조 회장 일가가 미국 입국 때 보안검색 등 별다른 제약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해외지점 직원들이 미국교통안전국, TSA에 사전 협조를 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 번 TSA직원이 매뉴얼대로 조현민 전무에게 목걸이와 귀걸이를 빼고 신발을 벗게 한 뒤 보안검색을 했다. 이 때문에 조 전무는 해외지점 직원에게 신무노가 잡지를 던지고 폭언을 퍼부었다고 해외 지점 직원들은 전했다.

뿐만 아니라 해외 지점 직원들이 나서서 회장 일가가 탄 비행기가 늘 공항 출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배정되도록 사전에 작업을 했다고 한다. 대한항공 전 기장은 JTBC에 “게이트 배정 바꾸는 건 일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항공 측은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는 입장을 내놨다.

갑질 논란과 함께 폭로가 이어되자 침묵을 지키던 조양호 그룹 회장은 22일 사과와 함께 두 딸을 경영 일선에서 배제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조 회장은 이날 서면을 통해 “가족들과 관련된 문제로 국민 여러분 및 대한항공 임직원 분들께 심려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며 “조현민 전무에 대해 대한항공 전무직을 포함해 한진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즉시 사퇴하도록 하고, 조현아 칼호텔네티워크 사장도 사장직 등 현재 모든 직책에서 즉시 사퇴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대중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조 회장의 사과엔 탈세나 밀수 의혹이 포함돼 있지 않아 ‘반쪽짜리 사과’라는 비난이 거세다. 지난 주말 본사 7층 집무실의 문틈을 실리콘으로 메우는 공사를 지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조 전무의 음성 파일이 언론에 폭로 된 직후였다는 점에서 조 회장도 ‘갑질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더욱이 3년 전 ‘땅콩 회항’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었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건과 비슷하다는 점에서도 대중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조 부사장은 집행유예가 끝나기도 전에 그룹의 호텔을 운영하는 계열사 사장으로 복귀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3년 4개월 만이다.

때문에 온라인 곳곳에선 조 회장의 사과와 두 딸의 경영 배제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점점 악화되는 여론을 잠재우고 탈세·밀반입 등에 대한 정부 조사를 피하기 위해 두 딸을 경영에서 배제시킨다고 선언했 했지만 사건이 잠잠해지면 곧 경영에 복귀시키지 않겠냐는 의심이 증폭되고 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