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터키 사람들과 아무 다툼이 없어요. 터키 대통령이 문제라니까요.” 그리스의 카스텔로리조섬 주민 코스타스 라프티스(58)가 말했다. 지중해 동쪽 끝에는 그리스 영토인 여러 섬이 모여 있다. 하지만 거리는 터키 해안과 훨씬 가깝다. 카르텔로리조섬 역시 터키 서쪽 해안과 좁은 해협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을 뿐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그리스와 터키 사이에 있는 지중해의 작은 섬들이 평화로운 일상을 위협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정학적인 위치 때문에 그리스와 터키가 바다와 하늘의 국경선을 넘나들며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탓이다.
지난주엔 터키군 헬기가 인근 로섬에 와서 그리스군 기지에 경고 사격을 퍼부었다. 며칠 전 그리스 전투기가 자국 영공에 진입한 터키 항공기를 위협한 데 따른 보복이었다. 지난 연말에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처음으로 그리스를 방문해 이 지역 국경선을 다시 정하자고 요구했다. 지난주엔 터키 정부가 터키 해안가에서 보이는 그리스 섬들에 나부끼고 있던 그리스 국기를 제거하기 위해 해안경비대를 보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곧바로 카스텔로리조섬을 방문해 “1인치의 땅도 양보하지 않겠다”며 경고했다. 터키 측은 치프라스 총리가 타고 있던 헬리콥터에 무전을 보내 “지금 터키 영공을 침범했다”고 비난하며 그리스의 경고에 답했다.
이 지역 영토 분쟁은 거의 지난 한 세기 동안 계속돼 왔다. 1차대전 직후 오토만 제국이 멸망하면서 영토가 분할됐고, 이 지역 섬들은 그리스 영토가 됐다. 하지만 터키는 이 지역의 해저 자원들을 그리스가 가져가는 것이 공평하지 않다고 여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 문제에 더욱 호전적인 태도로 접근해 분쟁을 어느 때보다 심각한 지경으로 이끌고 있다. 2014년 371건이었던 터키의 그리스 영해 침범 건수는 지난해 1998건으로 뛰었다.
전문가들은 권력을 연장하려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자국 내 결속력을 높이기 위해 외부에 계속해서 적을 만들면서 민족주의를 강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리아에 군을 파견하거나 지중해 섬들을 두고 그리스 정부와 소유권 싸움을 벌이는 것도 그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