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칼럼]대구 겸손한교회 이수원 목사 “주기철 목사 순교 74주기 즈음해”

입력 2018-04-22 17:12

5년 전에 ‘갓피플’에서 고(故) 주기철 목사의 신앙일대기를 읽은 적이 있었다. 주 목사는 일제 강점기 때 신사참배를 하지 않는다고 온갖 고문을 당했지만 마음속에 오히려 예수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불타올랐다고 한다. 일본 순사가 주 목사의 마음을 돌이켜 보려고 매주일 집에 보내서 가족들을 보고 오라고 하였는데 그 이유가 주 목사가 가족들을 보면 혹시나 마음이 약해지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매주 집에 돌아오는 주 목사를 보며 사모는 이렇게 말했다 한다. “살아 들어오면 내 남편이 아니요 죽어 들어오면 내 남편입니다.” 어찌 보면 독설 같은 이 한마디는 이 시대 목회자들의 마음을 다잡게 하는 사모의 칼날 같은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주 목사는 마지막 교회에서 설교할 때 ‘일사각오’ 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하고 순교를 당하셨다.

이 시대가 만약 당시의 상황과 같았더라면 순교라는 말을 이렇게 쉽게 할 수 있었을지 곰곰 생각해 봤다. 이 시대에도 마땅히 존경받아야 할 목회자가 그립다. 나는 지금도 묵묵히 십자가를 지고 목회에 전념하는 농촌교회 목회자들을 응원한다. 나는 지금도 한센병 환자들도 마다하지 않고 담대하게 복음을 전하고 있는 특수교회 목회자들을 존경한다. 나는 지금도 대형교회 명 설교자의 그늘 속에서도 오늘도 묵묵히 부교역자로 섬기는 꿈나무 목회자들을 사랑한다. 나는 지금도 도심 한가운데서 자그마한 교회를 설립해 밤낮 기도로 부르짖는 개척교회 목회자들을 위해 기도한다. 하나님의 사명을 받아 먼 이국땅에서 복음을 전하고 있는 수많은 선교사들을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한다. 나는 주 목사에게서 맡았던 그리스도의 향기를 이런 사역자들에게서도 맡을 수 있었다.

주 목사와 같이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명예도 없이 선한 청지기의 삶을 살다가 하나님이 부르실 때 순교 따위는 두려워하지 않고 기쁨으로 순종했던 그런 목회자들, 마땅히 존경받아야 할 목회자, 나는 마음속으로 그분들께 감사한다. 이런 분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었기에, 그리고 낮고 천한 사역 현장에서 주님과 동행했기에 주 목사의 순교 74주기를 맞이하면서 나의 코끝이 찡해진다.

이수원 목사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