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우동 한 그릇

입력 2018-04-23 05:00

엄마는 이제 막 16개월 된 아이와 집을 나서야 하는 시간이 되면 걱정부터 앞선다고 했습니다. 어린 아이를 데리고 바깥 일을 보는 것이 힘에 부치는 것도 있지만 그것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었습니다. 요즘 들어 아이와 엄마를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조금이라도 소란스러울까 싶어지면 무조건 밖으로 나간다던 엄마. 그에게 아주 특별한 하루가 만들어졌습니다. 17일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김밥 집에서 울 뻔 했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아이와 함께 산책을 나갔다가 겪은 이야기였는데요.

엄마는 아이와 함께 한 분식집에 들러 우동을 시켰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는 가만히 있지 못하고 계속 소란을 피웠지만 아이 배를 곯게 할 수는 없어 우동을 잘게 잘라 입에 넣어주었죠. 아이는 어느 정도 배가 부른 듯 보였고, 엄마는 그제야 한 술 뜰 참이었습니다. 네, 물론 아이가 엄마의 식사시간을 기다려줄리 없었죠.

엄마는 식당을 나설 채비를 했습니다. 그러자 식당에서 일하시던 한 아주머니께서 다가오시더니 바로 아이를 안아드셨습니다.

“애기 엄마, 편하게 들어요”

허겁지겁 배를 채웠습니다. 연신 감사의 말을 전한 뒤 식사를 마치고는 엄마는 아이를 다시 받아 안고 계산대로 향했습니다. 그러다 테이블을 돌아보니 아이가 헤집어 놓은 탓에 너무도 지저분했습니다. 엄마는 가방에서 물티슈를 꺼내 테이블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아주머니께서 다시 오시더니 어서 가라고 등을 떠미셨답니다.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에 계속 쭈뼛대니 아주머니께서 그러시더랍니다.

“애엄마가 아기가 그런거 가지고 너무 미안해 하지 말아요”

눈물이 날 것 같았다고 했습니다. 처음 겪는 배려에 알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다고 했죠. 늘 아이가 주변에 폐를 끼치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던 엄마는 그날 아주 배부르고, 아주 값 비싸고, 아주 따뜻한 우동을 편하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엄마의 사연이 전해지자 너도 나도 따뜻한 경험담을 풀어놓았습니다.

한 엄마는 “애기 돌 쯤, 국수집에 갔는데 애기랑 같이 먹으려고 매운 양념은 빼주실 수 있느냐고 부탁드렸더니, 애기꺼는 따로 주셨어요. 저랑 남편이 번갈아 애기 안고 먹고 있는데 일하시는 아주머니께서 애기가 너무 예쁘다며 잠깐 봐주시겠다고 안아가시더니 저희 다 먹을 때까지 놀아주셨어요. 너무 감사해서 그 집은 요즘도 꼭 찾아갑니다. 애기 데리고 밥 한 끼 먹기 정말 눈치보이고 전쟁이고 힘든데요. 그렇게 도움 주시는 분들 너무 감사합니다”라고 적었습니다.

또 다른 엄마는 “갓난애기 엄마들은 누가 잠깐만 아기 봐줘도 너무 고맙죠. 요즘 어딜 가도 애기가 조금만 소리내거나 뭘 흘리기만 해도 눈치 보이는 세상에 그 눈치 알아주고 누가 “괜찮다” 한 마디 해주면 정말 너무 고맙고 눈물 나더라구요”라고 털어놨죠.

일부 엄마들의 눈살 찌푸려지는 행동 탓에 요즘 대다수의 엄마들은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죄송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너무 좁은 이해의 폭,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조금씩 ‘배려’가 되기를 바랍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