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논란’에 침묵하는 조양호, 사과 대신 집무실 ‘방음공사’

입력 2018-04-22 14:30 수정 2018-04-22 14:46
사진=뉴시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자신의 집무실에 방음공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차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 파문이 일자 내부 보안 단속에만 급급한 모양새다.

22일 연합뉴스는 지난 주말 서울 강서구 공항동 본사 7층에 있는 조 회장 집무실에 대한 방음공사가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번 방음공사는 조 회장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방음공사는 은밀하게 진행됐지만 이미 대한항공 직원 90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대한항공 갑질 불법 비리 제보방’에도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는 말이 올라올 정도로 회사 안팎으로 퍼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현민 전무가 본사 6층 사무실에서 직원들에게 고성을 지르고 폭언하는 음성파일이 공개된 후 이 같은 지시가 내려온 것으로 안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다른 대한항공 관계자도 “방음공사는 조 회장이 근무하는 중역실에서 금, 토요일 사이 이뤄졌다”며 “조 회장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매체에 전했다.

사진=KBS 뉴스 영상 캡쳐

조현민 전무는 지난 14일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고성을 지르고 욕설을 하는 음성파일이 공개돼 비난을 샀다. 대한항공 측은 조 전무의 목소리인지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경찰은 조 전무를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지난 19일에는 이명희 이사장이 2013년 당시 평창동 자택 리모델링 공사를 하는 작업자들에게 욕설과 폭언을 하는 음성파일까지 공개돼 ‘조양호 일가’를 향한 비판은 더 커졌다.

조양호 회장은 2014년 장녀 조현아 전 대항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 당시 “저의 여식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켜 회장으로서, 아버지로서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차녀에 이어 아내까지 번진 갑질 논란에 대해서는 어떤 사과 입장 표명도 하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

온라인에선 “사과하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다 내부 보안에만 신경 쓴다” “잘못된 행동을 고칠 생각은 안 하고 방음공사를 한다는 것은 앞으로도 막말과 욕설을 계속하겠다는 뜻 아닌가” 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지난 부 본사 7층 회장실 포함 중역실 전체를 대상으로 일상적인 시설 점검을 한 적은 있었으나 방음 공사를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7층 중역실은 직원들과 격리된 곳이어서 별도 방음 공사를 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