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스코어드 닷컴 “손흥민 평점 6.2”…손흥민은 정말 못했을까

입력 2018-04-22 11:33 수정 2018-04-22 12:39
손흥민_뉴시스

토트넘 손흥민이 후스코어드 닷컴으로부터 평점 6.2를 받았다.

손흥민은 22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4강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단판 승부에서 선발 출전했지만 전반전을 제외하곤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토트넘은 맨유에 1대 2로 역전패해 탈락했다.

이날 손흥민은 2선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상대 골문을 조준했지만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다. 전반 37분이 가장 좋은 찬스였다. 에릭센의 후방 패스를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골대를 빗나갔다. 하지만 이 장면은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기에 충분했다.

후스코어드 닷컴_홈페이지 캡쳐

후반전에는 사실상 부진했다. 손흥민뿐만 아니라 케인 등 공격진 전체가 전반전에 비해 가라앉았다. 결국 손흥민은 후반 85분 에릭 라멜라와 교체됐다. 경기 후 영국 축구 통계업체 ‘후스코어드 닷컴’은 손흥민에게 평점 6.2점을 부여했다. 토트넘 전체 평점에서 8번째에 해당하는 수치다. 오히려 추가 시간까지 총 9분밖에 뛰지 않은 라멜라에게는 평점 6.3점을 부여했다.

◆ 손흥민만 못하지 않았다

축구에서 공격진들이 공격을 하려면 공격수에게 볼이 전달돼야 한다. 전반전 토트넘의 기세를 고려하면 이 과정은 비교적 원할히 이루어졌다. 미드필더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고 오히려 맨유보다 미드필더간에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기도 했다. 알리의 첫 득점 장면이 이를 보여준다. 빠른 역습장면에서 볼은 에릭센에게 정확히 전달됐고 침투하는 알리는 에릭센의 크로스를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후반전들어서 토트넘은 완전히 다른팀이 된 것 처럼 보였다. 전반과달리 미드필더 싸움에서 졌다. 뎀벨레의 후반전 플레이 때문이다. 볼을 끌다가 뺏기기 일수였고 패스미스가 잦았다. 이는 공격진 전체에 악영향을 미쳤다. 케인, 손흥민은 물론 알리와 에릭센도 전반전에 비해 볼을 많이 잡지는 못했다. 결국 실점의 빌미도 뎀벨레가 제공했다. 포그바를 앞에두고 돌아서지 못해 실점했고 동점상황을 만들었다.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토트넘은 시간이 흐를수록 맨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두 번째 실점장면이 이를 설명한다. 산체스가 볼을 소유하는 동안 뎀벨레를 포함한 미드필더진은 에레라가 내려올 때까지 뛰지 않고 걸었다. 이런상황에서 실점은 피할 수 없었다. 결국 역전을 허용했고 경기는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됐다.

◆ 손흥민과 라멜라는 경쟁자가 아니다

손흥민만 못한 것이 아니다. 한 경기를 못 했다고 선수의 실력을 폄훼할 수는 없다. 손흥민은 이미 세계가 인정하는 수준에 올라섰다. 다만 과제는 남는다. 팀이 전체적으로 부진할 때 어떻게 플레이해야 하는지 좀 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자신에게 볼 배급이 안 된다면 더욱 밑으로 내려가서 함께 수비하고 볼을 받고 역습상황을 노려야 한다. 또한 측면이 원할하지 못한 공격로라면 중앙, 반대편 등 다양하게 동선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

라멜라는 이미 기록에서 손흥민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토트넘의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 대신 라멜라를 중용한다. 둘은 분명 스타일이 다른 선수다. 라멜라가 볼을 소유하고 패스를 뿌리는 스타일이라면, 손흥민은 치고 들어가 적극적으로 크로스를 올리고 슈팅을 하는 스타일이다. 선수의 기용은 감독의 고유권한이지만 더욱 공격적인 카드는 손흥민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포체티노 감독이 라멜라를 기용하는 이유는 2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첫번째는 포체티노가 손흥민을 기복이 있는 선수라고 평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맨유전을 살펴봐도 손흥민은 전반전을 제외하곤 부진했다. 하지만 후반전에는 공격진 전체가 활기를 띄지 못했다. 이 상황에서 포체티노 감독은 유독 손흥민에게 민감하다. 그리고 매경기마다 첫번째 교체사인은 라멜라와 손흥민으로 진행된다. 이미 편견이 자리잡은 것이다.

두번째는 라멜라의 컨디션이 점점 더 올라오고 있다는 것이다. 라멜라는 부상복귀 이후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라멜라는 과거와 달리 수비에도 적극 가담하며 팀의 흐름을 살리는 역할도 도맡아 하고 있다. 게다가 발도 좋은 편이라 프리킥, 코너킥 등의 처리에도 능하다. 무엇보다 라멜라의 시야는 장점이다. 부상 당하기 전에도 라멜라는 스루 패스를 즐겨할 정도로 좋은 시야를 가지고 있었다. 포체티노 감독의 라멜라 기용엔 이렇게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손흥민이 풀어야 한다. 감독의 편견도, 경쟁자의 상승세도 손흥민의 실력으로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 이미 손흥민은 EPL에서 수준급의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 손흥민의 실력이면 부르는 팀이 많다. 굳이 토트넘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다만 자신이 극복해야할 점이 있다면 이를 극복해 더욱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박재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