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 온 술 세관 직원 회식에…” 한진家의 기상천외한 밀반입법

입력 2018-04-22 07:47 수정 2018-04-22 07:52

조양호 회장 일가가 외국에서 고가의 제품들을 밀반입했다는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 몰래 들여온 고급 양주를 세관 직원들 접대에 사용하는 가 하면 외국인 여권을 도용해 고가의 명품을 구입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MBC는 대한항공 팀장급 직원의 말을 인용해 조 회장이 대한항공 1등석 옷장에 숨겨 반입한 고급 양주를 인천세관 직원들의 연말 송년 모임이나 회식 자리에 사용됐다고 21일 보도했다.

이 제보자는 “인천세관 직원들의 회식자리에 대한항공 관계자가 함께 해 수십만 원에 이르는 ‘발렌타인’이나 ‘로얄 살루트’ 같은 고급 위스키 등을 내놓고 조양호 회장님이 협찬한 거라고 말한다”며 “조양호 회장 이름의 이런 세관 접대 자리가 종종 이뤄진다”고 MBC에 말했다.

JTBC는 대한항공 전직 임원의 말을 인용해 조 회장 부부가 고가의 시계를 해외에서 면세로 구매하기 위해 외국인 여권 번호를 도용했다고 21일 보도했다. 전 대한항공 임원 A씨는 “일본인 여권을 갖고 구매가 가능하다. 점장들이 카지노 손님들 유치해 오고 여권 카피한다”라며 “당시 담당 차장과 명품 고가 시계를 가지고 (부암동 조 회장의 자택) 방문했었다”고 매체에 말했다.

이 밖에도 조 회장 일가가 관세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밀반입한 품목은 다양하다. 명품 의류는 물론 속옷, 식자재인 소시지, 인테리어 소품은 물론 가구까지 가지각색다. 그 중에서도 장녀인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의 물품이 특히 많았던 것을 전해졌다

대한항공은 총수 일가의 해외 물품 반입을 위해 내부 전담팀까지 꾸렸다는 증언도 나왔다. 주로 대한항공 해외지점에서 총수 일가가 의뢰한 물품을 구매해 귀국편 항공기 1등석에 태워 보낸 뒤 항공기 부품으로 위장해 무관세로 반입되는 방식이다. 주로 감시가 소홀한 새벽 시간 항공편을 통해 들어오며 공항에 상주하는 대한항공 직원이 밀반입 경로로 활용된다.

총수 일가의 구체적인 밀반입 수법이 공개되면서 관세 당국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졌다. 이같은 여론을 의식한 듯 관세청은 21일 조 회장 일가의 자택과 대한항공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관세청은 또 조 회장 일가의 관세 탈세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대한항공의 항공기 부품 세관 신고 및 통관 품목 리스트를 전수 조사하고 있다. 조 회장 부부와 삼남매의 해외 신용카드 사용 내역도 조사 중이다.

그러나 대중들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특히 관세 직원들이 조 회장이 밀반입한 고급 술을 협찬 받았다는 점에서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형국”이라는 비난 여론이 거세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