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동거녀)가 준희를 세워두고 발로 폭행하는 모습을 똑똑히 봤다.”
‘고준희양 암매장 사건’의 피고인들이 법정에 섰다. 20일 오후 전주지법 2호 법정에서 박정제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네 번째 재판이다. 이날 준희양 친부인 고모(37)씨와 고씨 동거녀 이모(36)씨, 이씨 모친 김모(62)씨는 수의를 입은 채 등장했다.
재판은 고씨에 대한 증인신문으로 이뤄졌다. 사건이 발생하기 직전부터 준희양이 사망할 때까지의 과정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검찰 측은 고씨에게 “지속적인 폭행으로 인해 아이가 숨을 쉬지 않아 인공호흡을 하고 심폐소생술을 했다는데 위급한 상황이라면 당연히 119를 불러야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고씨는 동거녀 이씨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고씨는 “준희가 눈 초점을 맞추지 못하는 등 상태가 이상해 차에 태우고 일단 병원에 데려가려고 했었다”며 “아동학대 의심을 받게 되더라도 119나 112에 신고하려고 했는데 이씨가 ‘그렇게 하지 말라’ ‘오버하지 말라’며 말렸다”고 답했다.
이어 “맨 처음에는 이씨에 대한 감정이 남아있었고 이씨의 아들이 혼자 남겨질 수도 있다는 사실에 모른척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범행에 동참하지 않은 것처럼 진술했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죽은 준희양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거짓 연극을 한 일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이씨의 제안에 따라 준희양이 김씨 집에서 살고 있는 것처럼 꾸미고, 머리카락을 집안 곳곳에 뿌렸다는 것이다. 이 발언을 듣던 이씨는 증인석에 앉아 있는 고씨를 째려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고씨는 준희양의 갑상선 기능 저하증과 관련 질문에 “약을 꾸준히 복용하지 않으면 문제가 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고씨는 준희양 치료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답을 하지 못했으며, 준희양에게 약을 먹여본 적 없다고 했다.
준희양을 유기한 후 휴대전화를 교체한 것에 대해서는 “수사기법 중 ‘디지털 포렌식’ 방법을 쓰면 이씨 등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와 문자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 들어서 휴대전화를 바꿨다”고 실토했다.
법정에서 고씨와 이씨의 변호인 사이에 공방이 오가기도 했다. 이씨의 변호인은 “발로 차고, 밟는 등 이씨가 5살 난 여아 머리채를 잡고 세 번이나 쓰러뜨렸는데 아이가 ‘엥~’하는 울음소리만 냈을 뿐 운 흔적이 없었다는 것은 애초에 그런 일이 없었기 때문 아니냐”고 물었다. 이씨의 아동학대치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려는 취지였다.
이에 고씨는 “복도 창문에서 이씨가 준희를 폭행하는 모습을 똑똑히 지켜봤다”며 “이씨의 폭행이 끝난 뒤 아이에게 간 것은 당시 너무 놀랐었고 이씨가 아이를 어떻게 하는지 보려고 그런 것이다. 있는 사실만을 말했을 뿐”이라고 맞받았다.
다만 “(나도) 준희의 엉덩이와 등을 쇠자로 때리고 발로 발목을 두 차례 밟은 적은 있지만 지난해 4월 무렵에는 때린 적 없다”며 “이 행위로 인해 준희가 사망하게 된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