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전략노선 변경에 한반도 4강 수싸움 본격화

입력 2018-04-21 20:56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를 주재했다고 노동신문이 21일 보도했다. 뉴시스 (출처=노동신문)

북한의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 선언 등 전략적 노선 변경으로 북핵 6자회담 당사국의 셈법도 복잡해질 전망이다. 한반도 비핵화 논의 과정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고 자국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한 수싸움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을 결속(結束·끝맺음)하고 경제건설에 집중하는 새로운 전략노선을 채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1일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전원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결정서에는 “주체107년(2018년) 4월 21일부터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켓(ICB) 시험발사를 중지할 것”이라는 내용이 명시됐다. 또 “핵시험 중지를 투명성 있게 담보하기 위해 공화국 북부(길주군 풍계리) 핵시험장을 폐기할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20일 개최된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를 주재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뉴시스(출처=노동신문)

북한 매체의 발표가 나온 뒤 미국, 중국, 일본은 앞다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북한과 전 세계에 매우 좋은 뉴스이고 큰 진전”이라며 “모두를 위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로선 미 본토를 겨냥한 ICBM 위협을 해소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국이 북한에 요구해온 비핵화 사전 조치를 북한이 수용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어 북·미 정상회담을 향한 기대치는 한층 높아지는 분위기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북핵 해결이라는 외교 성과가 필요하다는 점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중국 역시 환영 뜻을 나타냈다. 중국 외교부는 루캉(陸慷) 대변인 명의 담화에서 “북한의 이번 결정은 한반도 정세를 한층 더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중국은 김정은 위원장의 지난달 말 방중과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비핵화 논의에 적극 관여하는 모양새다. 1953년 정전협정 체결 당사국으로서 향후 예상되는 종전 선언 협의 과정에서도 중국의 역할은 불가피하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위한 포괄적 합의가 이뤄지고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6자회담도 재가동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6자회담 의장국이다.

‘재팬 패싱’에 대한 우려가 컸던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가 직접 “긍정적인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일본으로선 북한이 새로운 전략노선을 채택하면서 ‘주변국과의 대화’를 언급한 점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중·일, 한·미 등 연쇄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북·일 간에는 아직 구체적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상대적으로 신중한 분위기다. 북한에 우호적인 러시아는 6자회담의 틀에서 비핵화와 평화 구축 논의에 관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최근 러시아를 방문한 이용호 북한 외무상을 만나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동북아 안보 문제 논의 등은 바로 6자 회담 틀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