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비핵화’ 이번엔 다를까…과거엔 수차례 번복

입력 2018-04-21 18:05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비핵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중단하고 이제까지 총 6차례의 핵실험을 진행했던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북한 관영매체가 관련 소식을 보도한 직후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을 통해 “북한의 결정은 전 세계가 염원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환영 입장을 표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발표가 나온 지 한 시간여 뒤 트위터에 “북한과 전 세계에 매우 좋은 뉴스로 큰 진전”이라며 “우리의 정상회담을 고대한다”고 밝혔다.

북한, 비핵화 약속 수차례 번복

하지만 이전 사례를 봤을 때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은 과거 비핵화를 공언하고도 협상 폐기를 반복해왔기 때문이다.

북한은 1985년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면서 국제사회에 핵무기를 제조·보유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1991년 12월 남북은 공동으로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을 채택하면서 핵무기는 물론 핵농축, 재처리 시설을 갖지 않는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1993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특별 사찰을 요구하자 북한은 NPT 탈퇴를 선언하며 기존 약속을 깨버렸다.


1994년 미국과 북한이 제네바 합의를 맺으면서 북핵 위기는 일단락될 수 있었다. 이 합의는 핵개발을 하지 않는 대가로 미국이 북한에 경수로와 중유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북한이 2003년 NPT를 탈퇴하면서 이 합의는 다시 파기됐다.

남북과 미국·중국·러시아·일본은 이 2차 북핵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2003년 6자 회담을 시작했다. 그 결과로 2005년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한다는 내용의 9·19 공동성명이 채택됐다. 그러나 이후 북한은 모두 5차례의 추가 핵실험을 감행했다.

북한과 미국은 2012년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는 대가로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는 내용의 2·29 합의를 했다. 하지만 북한이 그해 4월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면서 합의가 파기됐다.

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