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사진) 서울경찰청장이 고개를 숙였다. 이 청장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에 관해) 사실과 다른 말씀을 드린 것은 경위를 떠나서 수사 최종 책임자이자 지휘관인 제 불찰”이라며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지난 16일 기자들에게 사건을 설명하면서 주범인 ‘드루킹’ 김모(49)씨와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관계를 경찰수사 결과와 다르게 축소 설명했다. 당시 이 청장은 “드루킹 김씨가 김 의원에게 대부분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보냈고, 김 의원은 거의 읽지 않았다”며 “김 의원이 드루킹에게 매우 드물게 ‘고맙다’는 의례적 인사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다”고 했다.
실제로는 김 의원이 드루킹에게 언론 기사의 링크 주소(URL)를 보내면서 ‘홍보해주세요’라는 메시지까지 덧붙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청장은 “당시 저로서는 정확하게 관련 사실을 숙지 못했다. 간담회 후에야 URL에 대한 내용을 보고받았다”고 해명했다. 이 청장은 16일 해당 사실을 보고받은 뒤에도 이를 바로잡지 않았다. 뒤늦게 언론 보도로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20일 자신의 발언이 결과적으로 거짓이었음을 자인했다. 사실을 정정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지만 경찰은 5일간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경찰은 수사 초기부터 소극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김씨 등을 지난달 21일 긴급체포하고도 이들이 민주당원이란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압수한 170여개의 휴대전화도 단 30여개만 분석하고 나머지 133개는 검찰에 넘겼다가 뒤늦게 돌려받았다. 기자간담회 때마다 앞선 발언을 번복하면서 실세 정치인인 김 의원 관련 사실을 마지못해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 수사 공정성도 의심받고 있다. 봐주기 의혹을 넘어 “경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불신까지 나오고 있다. 이 청장의 사과는 수사권 조정 문제에서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검찰이 보유하고 있는 직접수사권과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은 수사, 검찰은 기소와 공소유지를 전담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