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이 0?’ 김경수가 드루킹에게 보낸 기사 10건 분석해 보니

입력 2018-04-20 18:54
20일 더불어민주당 경남도지사 후보로 확정된 김경수 의원이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하 뉴시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드루킹’ 김모(49)씨에게 보낸 온라인 기사를 두고 네티즌의 설전이 벌어졌다. 단지 기사 링크(URL)를 보낸 것이 댓글 조작의 정황이 될 수 없다는 입장과 명백한 공작의 증거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김 의원이 김씨에게 2016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모두 14건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19일 밝혔다. 그중 10건이 기사 URL이었고, 김씨는 “알겠습니다” “처리하겠습니다” 등의 답장을 보냈다. 문자는 모바일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통해 발송됐다.

김 의원은 국정농단 정국이 본격화됐던 2016년 11월∼2017년 1월 3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틀 전인 2017년 3월 8일 1건, 대선 기간이었던 2017년 3∼5월 4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 6월과 10월에 각각 1건의 URL을 전송했다. 모두 직·간접적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관련된 기사였다.

뉴시스

경찰 발표 직후 공개된 URL에 접속했더니 1번(사진)과 4번 기사는 삭제된 상태였다. 2번과 3번은 댓글이 아예 없었다. 일부 네티즌은 김 의원이 URL을 보내 여론 조작을 지시했다면 댓글 수가 ‘0’일 리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링크는 네티즌이 활발하게 접속하는 포털 사이트 주소가 아니라 언론사 홈페이지였기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나머지 5번부터 10번까지 기사에는 각각 3183개, 339개, 3551개, 157개, 1058개, 255개의 댓글이 달렸다. 모두 포털 사이트에 노출된 주소다. 이 중 문 대통령과 김 의원에게 호의적인 댓글이 많았던 기사는 6번과 10번이다. 6번은 지난 대선 후보 토론 방송을 다뤘고, 10번은 김 의원의 단독 인터뷰다. 토론 기사의 경우 10개 미만의 댓글만 문 대통령을 비난했으며 기사 ‘좋아요’ 수는 1072개, ‘싫어요’는 12개에 그쳤다. 김 의원 인터뷰도 호감순 기준 상위 10개 기사 모두 긍정적인 댓글이었다.

5번, 7번, 9번은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입장과 비판하는 의견의 수가 비슷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문 대통령 측이 ‘치매설’을 강력 부인한다는 내용의 5번 기사 댓글은 “그래도 의심 간다”는 쪽과 “제대로 처벌하자”는 쪽으로 나뉘었다. 다만 호감순으로 봤을 때는 상위 10개 댓글 모두 문 대통령에게 긍정적인 내용이었다.

김씨가 포털 사이트 네이버 블로그 계정으로 사용한 ‘tuna69’와 흡사한 아이디도 발견됐다. 문 캠프가 대선 막바지 준비에 들어갔다는 내용의 6번과 치매설 관련 기사인 5번에 등장한다. 아이디가 일부 가려진 네티즌 ‘tuna****’은 각각 “신중하게 남은 일주일 준비하는 민주당이 믿음직스럽습니다. 19대 대통령은 역시 문재인” “대충 넘어갈 줄 알지? 끝까지 신고하고 추적해서 경찰서 소환해주마”라는 댓글을 남겼다. 네이버는 글자 수에 관계없이 아이디 앞자리 4글자만 공개하고 뒤에 ‘*’ 4개를 붙인다.

포털 사이트 캡처

김 의원 지지자들은 삭제된 2건을 제외한 나머지 기사에 경찰 발표를 비난하는 댓글을 계속 남기고 있다. 댓글이 아예 없었던 2·3번은 20일 오후 5시30분 기준 11개와 15개로 늘었다. 일부는 문 캠프 대변인이었던 김 의원이 홍보 차원에서 지인에게 URL을 보냈고, 그게 김씨에게도 전송됐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이 16일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후보에 관해 좋은 기사나 홍보하고 싶은 기사가 올라오면 제 주위 분들께 보낸 적은 있다. 그렇게 보낸 기사가 혹시 드루킹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을 근거로 삼았다.

몇몇 네티즌은 이에 반박하며 경찰 수사 결과에 악성 댓글까지 남기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아직 조사 중인 사안인 데다가 정황 증거가 나온 것은 분명하다는 주장이다. 경찰에 따르면 김 의원은 김씨에게 URL을 보내며 “홍보해주세요”라고 했고, “네이버 댓글 반응 원래 이런가요”라는 문자도 전송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당시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의 선플(긍정 댓글) 운동을 알고 있던 김 의원이 우리가 도와줄 것으로 생각하고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다. 다만 경찰은 김씨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 댓글을 추가 분석할 계획이다.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은 2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의원이 김씨에게 URL을 보낸 것으로 확인된 만큼 그 의도는 물론 이번 사건의 연관성을 조사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 조만간 김 의원의 소환 조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이날 경남도청에서 경남지사 출마 공약을 발표한 뒤 “수사 내용을 찔끔찔끔 흘리지 말고 조속히 조사해 국민 의혹을 빨리 털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