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이후 조현민 전무를 포함한 대한항공 가의 갑질 증거 음성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조현민 전무 등 평소 ‘갑’의 행태에 부당함을 느껴 녹음했다는 ‘을’들의 반란이다. 음성 속 대한항공가의 ‘갑’들은 비슷한 톤으로 고성을 지른다. 상대를 하대하는 것은 기본이다. 단국대 의대 교수인 서민 교수는 최근 경향신문 칼럼에서 “조씨에게 가장 필요한 건 회사일이 아니라 입원”이라고 일갈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갑질 음성이 나올지도 관심이다.
조현민 전무의 ‘물컵 갑질’은 그가 지난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광고 관련 회의에서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종이컵에 든 음료를 뿌렸다는 의혹과 관련한 것이다. 조현민 전무는 폭행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은 19일 이 사건과 관련해서 대한항공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1. 대한항공 직원이 제보한 조현민 음성 파일
‘물컵 갑질’ 사건이 알려진 뒤 가장 먼저 갑질 증거 음성을 공개한 것은 오마이뉴스였다. 매체는 조현민 전무가 다른 시점에 직원에게 소리지르거나 폭언을 하는 음성 파일을 대한항공 직원으로부터 입수했다고 밝혔다. 녹음한 직원에 따르면 조현민 전무는 대한항공 본사 사무실에서 간부에게 고성을 질렀다. 바로 옆에서 녹음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고스란히 녹음됐다.
다음은 아래 음성에 녹음된 조현민 전무의 주된 발언 이다.
"에이 XX 찍어준 건 뭐야, 그러면?"
"누가 모르냐고 사람 없는거"
"난 미치겠어"
"진짜 니가 뭔데!"
"왜 집어넣어!"
"아이씨"
대한항공이 해당 음성이 조현민 전무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자, 녹음을 제보한 당사자는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편지에서 “조현민 전무의 폭언은 하루 이틀의 이야기가 아니었다”면서 “'그날'도 직원에게 숨이 넘어갈 정도로 화를 냈다. 지금 상황을 생각한 건 아니었지만 '그날'은 유난히 더 수위가 높았고 이것도 녹음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조현민 전무가 직원에게 소리 지르며 폭언하는 것은 회사생활의 익숙한 일부분이라고도 덧붙였다.
2. 조현민 조현아 모친인 이명희의 음성 파일
조현민 전무의 ‘물컵 갑질’ 사건은 대한항공 가 전체에 대한 폭로로 이어졌다. 사실 대한항공 가의 갑질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기업 총수 일가 갑질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땅콩회항’이 조현민 전무의 언니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일이다.
물컵 갑질 사건이 공론화된 뒤 두 번째로 세상에 나온 갑질 증거 음성은 두 사람의 모친이자,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아내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것이었다.
SBS는 이명희 이사장으로 추정되는 음성 파일을 공개했다. 제보자는 이명희 이사장이 자택 공사를 하던 작업자들에게 욕설을 했다고 주장했다. 제보자는 녹음을 하게 된 이유를 묻자 “거의 매일 (욕설과 폭언을) 그랬다. 너무 깜짝 놀랐다. 이렇게 사람을 대할 수 있나 싶었다”고 답했다.
음성 파일에 나오는 발언은 대략 이와 같다.
“아우 저 거지같은놈 이 XX야”
“100%로 다 잘라버려야 해! 잘라!”
“나가!”
“야!”
3. 조현민 전무의 진에어 회의 중 음성 파일
20일 공개된 것이 현재까지 세상에 공개된 마지막 갑질 음성이다. 조현민 전무가 진에어 본사에서 열린 회의에서 소리치는 음성이 담겼다. 조현민 전무는 분노에 찬 듯 끊임없이 소리를 질렀다. 무엇인가를 내리치는가 하면, “월급에서 까라” “징계하라” 등의 협박성 발언도 서슴없이 내뱉는다. 이 음성을 녹음한 직원은 조현민 전무의 이런 언행에 견디기 힘들어 퇴사했다고 전했다.
다음은 음성 파일에 등장하는 발언이다.
“당신도 문제야. 내가 몇 번을 얘기했으면 재촉을 해서라도 갖고 와야 될 거 아니야. 근데 이 따위로 갖고 와?”
“XX시끄러워! 또 뒤에 가서 내 욕 진탕 하겠지? 억울해 죽겠죠?”
“당신 월급에서 까요, 그러면. 월급에서 깔까? 징계해! 나 이거 가만히 못 놔둬. 어딜! 징계하세요. 어디서~!”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