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브랜드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전세계로 퍼져나가는 미투 운동에 대해 “디자이너의 작업을 제약하고 있다”며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명망있는 디자이너의 발언에 일각에서는 샤넬 불매 운동을 벌이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라거펠트는 지난 12일(현지시간) 프랑스 패션잡지 ‘누메로’와의 인터뷰에서 “미투 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진저리가 난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사건에 목격자가 없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고, 성추행을 폭로했던 배우들이 사건을 떠올리는 데 20년이나 걸린 것이 가장 놀라웠다”며 성추행당한 경험을 고백한 이들을 비꼬았다.
미투 운동과 타임즈 업(할리우드 여성 배우들과 작가들이 직장 내 성폭력과 성차별 문제 해결을 위해 만든 단체)에 대해서도 단호히 선을 그었다. 라거펠트는 미투 운동과 타임즈 업이 자신의 행보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 밝히며 최근 성추행 폭로가 나온 유명 디자이너 칼 템플러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템플러는 한 여성의 바지를 내리려 했다는 이유로 곧바로 업계에서 쫓겨났다”며 “만일 누군가 바지를 내리는 게 싫다면 모델이 되지 말고 수녀원에나 들어가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라거펠트의 해당 발언이 공개되자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그의 발언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특히 지난해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행을 처음으로 폭로해 미투 운동을 촉발시킨 배우 로즈 맥고완은 16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수녀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맥고완은 사진과 함께 “어젯밤 칼의 발언을 듣고 기분이 더러웠는데, 아침에 아이린 자매님을 만나 마음이 가벼워졌다”며 “아이린 자매님은 당신의 엄청난 여성혐오를 용서해주실 것”이라고 응수했다. 이어 “당신은 여성들의 불안을 통해 많은 돈을 벌어들였고, 이젠 저물어가는 여성혐오와 함께 사라져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해시태그로 ‘샤넬을 보이콧합니다(#BoycottChanel)’를 함께 적기도 했다.
우승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