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라인, 옆집서 전화하듯 들렸다… 北 ‘평양입니다’ 답변”

입력 2018-04-20 17:08 수정 2018-04-20 17:17
송인배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20일 청와대에서 남북 정상 간 직통전화 시험통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남북 정상 간 직통전화선이 20일 개통됐다. 남측은 청와대의 문재인 대통령 집무실 책상에, 북측은 국무위원회에 핫라인 전화기가 설치됐다. 오후 3시42분 청와대 송인배 제1부속비서관이 먼저 북측에 전화를 걸어 시험통화를 시도했다. 신호음 뒤에 전화를 받은 건 북한 국무위 담당자였다.

“평양입니다.” (북)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청와대입니다. 잘 들립니까. 정상 간 직통전화 시험연결을 위해 전화했습니다. 저는 청와대 송인배 부속비서관입니다.” (남)

“송인배 선생이십니까. 반갑습니다.” (북)

“그렇습니다. 잘 들리십니까.” (남)

“잘 들립니다. 반갑습니다.” (북)

이런 대화를 주고받으며 시험통화는 4분19초 동안 이어졌다. 윤건영 정상회담준비위 종합상황실장은 “전화연결은 매끄럽게 진행됐다. 전화 상태가 매우 좋다. 마치 옆집에서 전화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시험통화는 3시42분부터 총 4분19초간 상호통화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윤 실장은 이어 “정상회담이 1주일 앞으로 다가온 만큼 남은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하겠다”며 “내일 판문점에서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가질 예정이고, 다음주에는 판문점 현장회의를 개최한다. 24일 판문점 종합상황실도 문을 연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르면 이번 주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이 선을 이용해 통화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 정상 간 ‘직통 전화’가 연결된 것은 처음이다. 남북은 판문점 연락채널과 군 통신선, 국가정보원·통일전선부(통전부) 라인을 가동한 데 이어 정상 채널까지 확보하면서 관계 정상화를 위한 연락망을 완비하게 됐다.

곧 이뤄질 사상 첫 정상 간 통화에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간단한 안부와 함께 남북 정상회담의 역사적 의의를 평가하고 성공적인 회담 개최 의지를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특사단은 지난달 5일 평양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핫라인 설치에 합의했다. 이어 청와대와 통일부 실무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두 차례 핫라인 설치를 위한 통신 실무회담을 개최하고 기술적 문제를 논의해왔다.

남북 핫라인은 김대중정부에서 처음 설치됐다. 김대중 대통령은 2000년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중요한 문제가 생기면 두 정상이 직접 의사소통을 하자. 두 정상 간 비상연락망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그거 좋은 생각입니다. 그렇게 합시다”고 수용했다.

그러나 양측 정상이 직접 통화하는 방식은 아니었다. 국정원과 북한 통전부가 정상의 의견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이때 설치된 핫라인은 노무현정부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대북 강경기조를 견지했던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단절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건영 정상회담준비위 종합상황실장이 2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남북정상 핫라인 개통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말까지 끊어졌던 남북 연락채널은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계기로 복원 작업이 시작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1일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틀 뒤인 3일 북한은 조선중앙TV를 통해 판문점 연락 채널 복원을 예고한 뒤 당일 남측에 전화를 거는 방식으로 채널을 되살렸다. 2016년 2월 개성공단 가동 중단 이후 1년 11개월 만에 판문점 채널이 복원된 것이다. 역시 개성공단 폐쇄와 함께 끊어졌던 서해 군 통신선도 지난 1월 9일 남북 고위급 회담을 계기로 재개통됐다.

국정원·통전부 채널도 주목된다. 지난 2월 문 대통령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전부장 면담 당시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배석하면서 국정원·통전부 채널이 공식화됐다. 청와대는 당시 “북한과의 비공식 접촉에선 아무래도 국정원 라인이 가동될 수밖에 없다. 서 원장이 북한 대표단장인 김영철의 상대방이 될 것”이라며 국정원이 통전부와 비공개로 접촉했음을 인정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