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라인, ‘文대통령 집무실 책상’에 설치… 4분19초 시험통화

입력 2018-04-20 16:51
윤건영 정상회담준비위 종합상황실장이 2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남북정상 핫라인 개통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남북 정상 간 직통전화선 ‘핫라인’이 20일 청와대와 북한 국무위원회에 설치됐다. 청와대에는 문재인 대통령 집무실 책상 위에 놓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르면 이번 주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이 선을 이용해 통화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 정상 간 ‘직통 전화’가 연결된 것은 처음이다. 남북은 판문점 연락채널과 군 통신선, 국가정보원·통일전선부(통전부) 라인을 가동한 데 이어 정상 채널까지 확보하면서 관계 정상화를 위한 연락망을 완비하게 됐다.

핫라인은 이날 오후 3시42분 개통됐다. 실무자 간에 4분19초 동안 시범통화가 이뤄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반도와 관련한 중요한 문제가 있다면 정상 간 핫라인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정부의 중요한 관심 사안이었다”며 직통전화선 개설 의미를 설명했다. 곧 이뤄질 사상 첫 정상 간 통화에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간단한 안부와 함께 남북 정상회담의 역사적 의의를 평가하고 성공적인 회담 개최 의지를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특사단은 지난달 5일 평양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핫라인 설치에 합의했다. 이어 청와대와 통일부 실무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두 차례 핫라인 설치를 위한 통신 실무회담을 개최하고 기술적 문제를 논의해왔다.

남북 핫라인은 김대중정부에서 처음 설치됐다. 김대중 대통령은 2000년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중요한 문제가 생기면 두 정상이 직접 의사소통을 하자. 두 정상 간 비상연락망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그거 좋은 생각입니다. 그렇게 합시다”고 수용했다.

그러나 양측 정상이 직접 통화하는 방식은 아니었다. 국정원과 북한 통전부가 정상의 의견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이때 설치된 핫라인은 노무현정부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대북 강경기조를 견지했던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단절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말까지 끊어졌던 남북 연락채널은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계기로 복원 작업이 시작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1일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틀 뒤인 3일 북한은 조선중앙TV를 통해 판문점 연락 채널 복원을 예고한 뒤 당일 남측에 전화를 거는 방식으로 채널을 되살렸다. 2016년 2월 개성공단 가동 중단 이후 1년 11개월 만에 판문점 채널이 복원된 것이다. 역시 개성공단 폐쇄와 함께 끊어졌던 서해 군 통신선도 지난 1월 9일 남북 고위급 회담을 계기로 재개통됐다.

국정원·통전부 채널도 주목된다. 지난 2월 문 대통령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전부장 면담 당시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배석하면서 국정원·통전부 채널이 공식화됐다. 청와대는 당시 “북한과의 비공식 접촉에선 아무래도 국정원 라인이 가동될 수밖에 없다. 서 원장이 북한 대표단장인 김영철의 상대방이 될 것”이라며 국정원이 통전부와 비공개로 접촉했음을 인정했다.

국방부는 남북 정상 간 ‘핫라인’ 개설과 관련해 “오해로 인한 위기 고조를 막는 것이 핫라인이 갖는 가장 큰 역할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전쟁의 역사를 보면 오해 때문에 빚어진 경우가 3분의 1이 넘을 것”이라며 “오해가 불러오는 위기의 에스컬레이션(escalation·단계적 확대)을 막을 수 있다는 게 핫라인의 최대 효능”이라고 말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