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20일 남북 정상 간 ‘핫라인’ 개설과 관련해 “오해로 인한 위기 고조를 막는 것이 핫라인이 갖는 가장 큰 역할”이라고 평가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전쟁의 역사를 보면 오해 때문에 빚어진 경우가 3분의 1이 넘을 것”이라며 “오해가 불러오는 위기의 에스컬레이션(escalation·단계적 확대)을 막을 수 있다는 게 핫라인의 최대 효능”이라고 말했다.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은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처음 구축됐다. 2000년 6월 제1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 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회담 말미에 핫라인 설치를 제안했고 북한이 이에 동의하면서 설치됐다. 하지만 청와대 내부에 직통전화를 두고 두 정상이 직접 목소리를 주고받는 형태는 아니었다. 그나마도 이명박정부 들어 천안함 사태 등을 거치며 정상 간 핫라인은 완전히 단절됐다.
이번에 설치되는 핫라인 전화선의 한 끝은 청와대, 다른 끝은 북한 국무위원회에 놓인다. 청와대 어느 공간에 배치될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날 양측은 실무자 간에 시범통화를 할 예정이다. 두 정상의 직접 통화 시점도 조만간 결정된다. 이르면 이번 주말이 될 수도 있다.
대북 특사단이 방북해 합의한 핫라인 설치에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 이전에 첫 통화를 한다”는 약속이 첨부돼 있다. 남북 정상회담은 4월 27일 열리며 두 정상은 그 전에 먼저 핫라인을 통해 인사를 나누게 돼 있다. 남과 북은 현재 실무회담 등을 통해 세밀한 정사회담 일정을 합의해 나가는 중이다. 정상 간 첫 통화 시점도 곧 결정될 전망이다.
20일 시범통화는 음성 전달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등을 기술적으로 점검하기 위한 것이다. 시범통화에서 별 문제가 없을 경우 첫 통화는 언제든 가능해진다. 정상회담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터여서 이르면 이번 주말에도 첫 통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두 정상은 첫 통화에서 간단한 안부를 주고받으며 핫라인 설치 및 정상회담의 의의를 공유하고 회담 성공을 위한 의지를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관계자는 또 남북 간 군사분야 협의와 관련해 "되돌릴 수 없는 의제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표적인 예로 서해선과 동해선에 개성공단 착공과 금강산 사업을 할 때 실제로 움직였던 통로가 있다. 면적으로 치면 서해선은 250m×4㎞, 동해선은 100m×4㎞ 구역에 대해서 기존에 이뤄졌던 1차 남북 국방장관 합의를 되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2000년 9월 제1차 남북국방장관회담에서 남북은 철도와 도로공사를 위해 비무장지대에서 인원과 차량, 기재들이 들어오는 것을 허가하고 안전을 보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군 당국은 후속조치로 동해선과 서해선 통로 개방을 위해 지뢰 제거 등을 했고, 이 통로는 현재까지 유지돼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대표단·선수단이 방남(訪南)할 때도 사용됐다.
이렇듯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도 ‘되돌리기 힘든 의제’가 다뤄지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GP(최전방 감시초소) 철수, DMZ(비무장지대) 중화기 철수' 구상과 관련해 "굉장히 타당성 있는 아이디어 같지만 실제 65년 간 선(線)이 여러 이유로 인해서 조금씩 변동됐는데 다시 되돌리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을 논의하는 게 의미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서 밝힌 대로) 남북 2㎞를 깨끗하게 치워본 경험이 서해선·동해선에 있지 않나. 그 지역에는 지뢰도 없고, 병력도 없고, 화기도 없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상황에 맞게 단계적으로 한다면 불가능한 방법은 아니라고 본다"고 부연했다.
비무장지대의 환경적·평화적·문화적 이용 등과 관련해서는 "산림청 헬기의 자유로운 접근만 돼도 재해재난 자연보호에 굉장히 큰 도움이 된다"며 "동해선에 깔아놓은 남북한 군(軍) 통신선이 산불 때문에 다 탔다. 재해재난 문제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