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의 동시 실시가 무산 위기에 내몰린 상황에서 불씨를 살리기 위한 ‘빅딜론’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6월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법 개정’과 야권이 요구하는 ‘드루킹 특검’을 맞바꾸는 방안이 여권 내부에서 거론된다. 표면적으로 여권은 특검 불가론을 고수하고 야권은 개헌 논의에 나설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양측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상황이어서 물밑 협상 가능성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 투표를 위해선 23일까지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공포해야 한다. 21일과 22일은 국회가 열리지 않는 주말이어서 20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국민투표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이 시한에 맞출 수 있다. 하지만 여야는 법 개정 논의는커녕 댓글 조작 사건을 둘러싼 첨예하게 대립하는 중이다.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국회 헌정특위 전문위원실에 따르면 국외 부재자의 국민투표 신청기간을 단축시킬 경우 국민투표법 개정 시한을 최대 7일까지 연장시킬 수 있다. 개정 국민투표법 공포 시한은 그만큼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20일에 국회 본회의가 끝내 열리지 않더라도 주말과 내주 초반까지 협상을 시도해볼 여지는 남아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선 ‘특검 협상론’이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당 핵심 관계자는 “야당이 국민투표법 개정을 수용해준다면 우리도 특검 수용을 검토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고 전했다. 현재 제1야당인 한국당은 물론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까지 드루킹 사건에 매달려 있으니 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문재인 정권의 공약이자 시기를 놓치면 안 되는 개헌을 얻어내자는 취지다.
민주당 지도부는 야권의 특검 요구를 ‘억지 주장’이라 규정하며 빅딜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지도부 상황에 밝은 한 관계자는 “특검이나 방송법을 갖고 개헌 협상을 하는 것은 야당의 정치 공세와 억지 주장을 받아주는 일인데, 그러기는 어렵다. 그런 식의 거래에 응할 생각은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반면 청와대는 야당의 드루킹 특검 주장과 관련해 “국회에서 결정할 일”이라며 “국회 판단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는 특검을 할지말지 결정하는 주체가 아니다. 특검은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결정하는 것인 만큼 청와대는 국회의 결정을 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특검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이 관계자는 이 같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특검 내용을 봐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런 입장은 여당 지도부의 ‘특검 불가론’과는 조금 톤이 다르다. 논란의 당사자인 김경수 의원은 이미 “필요하면 특검 조사에도 당당히 응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더구나 이날 경찰이 공개한 김 의원과 드루킹 사이의 메시지에는 “홍보해주세요” “처리하겠습니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특검 수용이 불가피해질 수도 있는 터라 빅딜론이 현실화될 가능성 역시 배제하기 어렵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