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의 사회적역할이 얼마나 중차대한지 UIA(Union International des Architectes·세계건축가협회)의 건축가에 대한 정의를 한번 살펴본다. 원문을 그대로 옮겨본다.
건축가의 정의는 법적으로 관습적으로 등록된, 면허가 있는, 허락된, 전문성이 있는, 학문적으로 자격이 구비된, 그가 거주하는 관할구역에서 건축실무를 하되, 전시회를 지원하며, 올바른 지속가능한개발과 안전함, 사회의 거주공간, 형태, 역사적맥락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The designation ‘architect’ is generally reserved by law or custom to a person who is professionally and academically qualified and generally registered/licenced/certified practice architecture in jurisdiction in which he or she practices and is responsible for advocating the fair and sustainable development, welfare, and the culutural expression of society’s habitat of space, forms, and historical context.)
건축가는 대규모의 지역개발, 건설, 경제성이 포함된 시공, 디자인,시공, 가구, 재정, 조율 등의 작업을 하며 우리사회의 필요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이러한 일을 맡겨준 사람들에게 공적으로 사적으로 수행하는 사람이다. 건축가는 다양한 조직에서 작업한다. 예를 들면 혼자 작업하거나 혹은 공적인 또는 사적인 기관에서 구성원으로 작업하기도한다.
(Architects are part of the public and private sectors involved in a larger property development, building and construction economic sector peopled by those commissioning,conserving, designing,building,furnishing,financing,regulating, and operating our built environment to meet the needs of soceity. Architects are work in a variety of situations and organizational structures. For example, they may work on their own or as members of private or public offices.)
건축가의 사회적 위상은 이미 국제적으로 잘 정립돼 있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는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따라서 좋은 건축을 하기가 근본적으로 어렵다. 특히 설계 또는 이에 따른 설계비 책정 등에서 인식이 부족하다.
한국도 공공 건축은 설계비가 결코 적지는 않다. 문제는 민간 분문 건축 설계비다. 설계비를건설 시공비에 포함해 토탈 공사비로 생각한다. 또 공사비 입찰은 필연적인 행사로 인식한다. 그런 차원에서 설계비 조정도 아주 당연한 것처럼 돼 있다.
여기에 건축가간 경쟁도 치열해 민간 건축 설계비가 공공 건축 설계비의 삼분지일에도 미치지 못한다. 좋은 건축 계획을 얻기 위한 경쟁 설계까지는 세계적인 현상이나 그 이후 설계비경쟁까지 하는 한국 민간 건축의 현상은 건축문화를 바닥으로 끌어 내리는 것이다. 건축주들도 설계비 조정을 거리낌없이 한다.
한국보다 국민 소득이 낮은 나라인 스페인 포르투갈 같은 나라의 건축 수준은 세계적이다. 이는 국민들의 건축문화와 건축가에 대한 인식이 높기 때문이다.
설계, 감리, CM 시공 등 일련의 건축시행 과정에서 전반부가 기획 과정 이라면 후반부에 해당하는 시공 과정은 일반인들에게 비문화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순수예술인 문학 음악 미술등 소위 타예술 분야의 관객, 독자, 감상자 등의 자세와 비교하면 건축은 예술로 인정 받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건축을 실용적인 도구로 본다면 이를 음악에 비교하는 것은 무리일 지도 모른다. 이는 현대사회의 꽃인 자동차나 전자사회의 쌀이라고 일컫는 반도체 제조 공정과 비교할 때 건설산업현장이 여전히 전통적이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아직도 악천후시엔 공사가 불가능하다. 또 시공현장 가림막의 상태부터 도시와 지방 규모의 대소에 따라 천차만별로 허술하게 진행되는 현장을 보게되면 건축이 허술하게 생각될 것이다. 고층 빌딩 현장의 절도와 체계 잡힌현장은 드문 편이라는 전제하에서 하는 말이다.
현장에서만 제작되어야하는 방식을 탈피 공장에서 제작하여 현장으로 이동하여 며칠만에 건축전공정을 완료하는 사전제조방식의 건축물이 최근 많이 생겼다. 이는 향후 재래식 건축을 탈피할수 있는 대량재조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최근 소형 주택의 경우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까지 운반하여 며칠 만에 짓는 방식이 많아진 것은 고무적이다.
의사가 길에서 자리 잡고 환자를 진료한다고 생각해보자. 의사에 대한 존경심은 아무래도 떨어진다. 이를 통해 현대사회가 전문직에 대해 존경심 혹은 좋은 인식을 갖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하나의 실마리를 얻게 된다.
의사는 병원이라는 특수환경에서 시술을 행하고 특별한 장비를 많이 사용함으로 권위를 더한다. 반면 건축행위가 벌어지는 모든 과정에서는 권위가 많이 실추되어 있다.
건설행위의 시작점인 설계행위부터 설계비의 경쟁이 존재함으로 설계시장이 무력하며 감리도 건기법에 의한 감리업체를 제외하고는 감리업계도 가격경쟁이 있고 CM도 마찬가지이다.
건축시장에 어쩔수없이 존재하는 경쟁이 있기에 수주를 위한 비즈니스가 있는 것이다.
병원이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비즈니스를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의료시장이 건축시장보다 윗길임은 확실하다. 병원숫자와 환자숫자의 비교는 각종질병의 빈발성과 의사숫자의 비율에 비교하면 고비용 건축을 짓는 행위와 건축가의 숫자를 비교할 때 건축분야가 훨씬 열악하다.
그런이유로 건축설계시장의 열악함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어디나 경쟁의 치열함이 일반화되어있다. 개신교 교회 건축시장의 문제점은 교회 건축을 발주할 때 다른 건축이 철저하게 시장논리로 발주되고 설계자의 실력 유무에 따라 수주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건축설계에서 좋은 계획을 얻기위한 경쟁은 필요하다. 단 건축사협회같은 공공성과 전문성을 갖춘 단체에서 정한 설계비의 확보도 절대적이다. 좋은 계획을 선정가능한 공정한 심사가 필수적이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