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댓글 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드루킹’ 김모(49)씨와 텔레그램 외에 시그널이라는 메신저를 추가로 사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시그널은 보안 전문가가 개발했다고 알려진 모바일 메신저로, 텔레그램보다 더 강력한 보안성을 갖고 있다.
20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김 의원과 김씨는 지난해 1월부터 3월까지 이 메신저를 사용했다. 김씨는 39차례, 김 의원은 16차례 문자를 전송했다. 이는 같은 혐의를 받고 구속된 김씨 포함 3명의 휴대전화를 압수 후 분석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시그널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철저한 보안’으로 유명하다. 비영리단체 전자프런티어재단(EFF)에서 2016년 발표한 ‘보안 메시지 서비스 평가표’에 따르면 시그널은 최고 점수 7점 기준 만점을 받으며 1위를 차지했다. 텔레그램은 4점에 그쳤다. 시그널이 각광을 받는 것은 제3자가 메시지를 엿보거나 정부가 검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정보기관의 무차별 정보수집 관행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도 트위터에서 “현재 사용 중인 모바일 메신저는 시그널”이라고 밝혔다.
시그널은 종단간 암호화 기술을 이용해 메시지 발송부터 도착까지의 전 과정이 안전하게 이뤄진다. 메신저 서버에 대화 내용이 저장되지 않으며 전송한 메시지는 자동 삭제된다. 삭제 시간은 1초에서 1주일까지 사용자가 설정할 수 있다. 음성통화 기능에도 보안이 적용되고, 해커의 화면탈취 공격도 방어할 수 있다.
김 의원과 김씨가 시그널을 통해 어떤 대화를 주고받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어서 대화 내용은 당장 공개할 수 없다”면서 “이 대화방에는 기사 URL 전달이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김씨가 김 의원으로부터 텔레그램을 통해 기사 10건의 URL을 받은 뒤 “알겠습니다” “처리하겠습니다” 등의 답변을 보낸 것도 확인했다. 김씨는 이에 “당시 ‘경제적 공진화 모임’의 ‘선플(긍정적 댓글) 운동’을 안 김 의원이 우리가 동참해줄 것으로 생각하고 전송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김씨의 진술을 온전히 믿기 어렵다고 판단해 그가 김 의원으로부터 받은 URL로 실제 댓글 조작을 했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경찰은 김씨가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댓글 조작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기사 6건과 댓글 18건도 추가로 찾아냈다. 경찰에 따르면 19일 네이버는 경찰이 보낸 기사를 분석한 결과 “매크로 사용으로 추정된다”는 답변을 보냈다. 경찰 관계자는 “1월 17일 사용된 아이디 614개 가운데 205개가 6건의 기사 댓글에 쓰였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