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4㎝도 안 크는 어린이, 서둘러 성장 점검

입력 2018-04-20 11:15


“우리 아이, 더 자랄 수 있을까요?” 자녀의 키 문제로 병의원을 찾았다가 성장 치료가 늦지 않았는지, 얼마나 더 클 수 있는지 걱정하는 부모들이 많다. 엄마 아빠도 늦게 컸으니 아이도 자연히 늦게 크려니 생각했다가 초경이나 유방 발육, 음모 등 2차 성징이 나타난 이후에 ‘아차’ 싶어 서둘러 병의원을 찾은 경우다. 물론 아이가 더 클 수 있는지 없는지는 개개인에 따라 뼈 나이도 따져보고 여러 건강 문제나 병력 등도 짚어봐야 가늠할 수 있다. 그래도 ‘성장 타이밍’의 막차라도 타게 됐다면 다행이다. 아이의 더딘 성장을 무심히 넘겼다가 마지막 기회조차 놓치면 아이의 키는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키가 작더라도 내 아이의 키만큼은 또래 평균 정도로 키우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 아이의 성장을 순조롭게 이끌어주기 위해서는 출생 후부터 성장 속도를 눈여겨보며 성장의 타이밍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박원석 원장(한의사, 아이조아한의원 분당점)은 “사람은 일생 동안 키가 폭발적으로 자랄 수 있는 기회를 두 번 갖는다. 첫 번째는 태어나 만 3세 무렵까지인 1차 성장급진기이고, 두 번째는 사춘기 무렵 즉 2차 성징이 시작된 후 2~3년까지인 2차 성장급진기이다. 이 두 번의 기회를 꼭 잡아야 하는데, 성장급진기 때 키를 잘 키우려면 그 이전부터 영양, 운동, 수면, 질병 케어까지 총체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1차성장급진기에는 가장 폭발적인 성장이 이루어진다. 생후 1년 동안 매달 2씩 거의 25가 자라고, 다음 1년 동안 연 12~13나 성장한다. 만 3세까지 아이의 신장은 보통 90~100㎝정도로 성장하는데, 출생 시보다 무려 2배 가까이 자라는, 놀랄 만한 성장 속도를 자랑한다. 이후에는 2차성장급진기가 올 때까지 연간 5~6정도 자라는 성장완만기에 접어든다.

만 3세 전 유아는 영양 섭취와 체중 증가, 키 크기가 순차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잘 먹고 충분히 숙면해야 또래에 맞춰 적당히 체중이 증가하면서 키도 자연스럽게 자란다. 부모가 아이가 잘 자라는지 체크하려면 아이가 태어났을 때의 키, 몸무게 백분위수의 흐름을 살펴본다. 백분위수가 줄곧 비슷한 순위를 유지하고 있거나 조금씩 오르고 있다면 잘 자리고 있는 것이다. 만약 아이의 백분위수가 점차적으로 아래로 떨어지거나 키와 몸무게 차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면 아이의 건강을 점검해봐야 한다.

가령 키는 50, 몸무게는 48인 단계에서 이와 비슷하게 성장하거나 키 55, 체중 50처럼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면 아이가 열심히 크고 있다는 증거다. 키 45, 몸무게 35식으로 조금씩 떨어지는 추세라면 아이 성장을 방해하고 있는 원인을 파악해 이를 해결해야 한다.

소아의 키와 체중이 함께 자라려면 영양 섭취가 잘 이루어져야 하고, 충분한 숙면을 취해야 하며, 성장 잠재력을 빼앗는 잔병치레 횟수가 줄어야 한다. “만 3세 전까지는 아이가 이유식과 유아식을 거쳐 어른들과 같은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훈련을 하는 때다. 또 면역력이 약해 온갖 감염원에 취약한 상태이기도 하다. 놀이방이나 어린이집 등 빠른 단체생활을 시작한 아이는 잔병치레에 시달릴 기회도 많다. 바른 식습관을 갖게 하고 좋은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아이가 감기, 기관지염, 장염, 중이염, 수족구 등 소아 질환에 덜 노출되도록 면역력 향상에 힘써야 키가 클 여력이 생긴다”는 것이 아이조아한의원 박원석 원장의 이야기.

성장완만기에도 소아의 키는 연간 5~6씩 꾸준히 자란다. 하지만 아이들이 예전만큼 쑥쑥 크는 건 아니기 때문에 엄마 아빠도 아이 키에 방심하기 쉽다. 박원석 원장은 “성장완만기에는 유치원, 학교 등 어린이에게 단체생활이 일상이 되기 때문에 여전히 잔병치레에 시달릴 위험이 많다. 비염 축농증 같은 학습과 수면을 방해하는 고질적인 질환도 있다. 성조숙, 소아비만, 수면 부족, 학습 스트레스도 소아의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 만약 이 시기에 아이가 1년에 4도 자라지 못한다면 서둘러 성장 방해요소를 찾아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한다. 1년에 4도 자라지 못할 만큼 성장 잠재력이 바닥이라면, 다가올 2차 성장급진기 때 아이의 ‘폭풍 성장’을 기대할 순 없기 때문이다.

“성장완만기 때의 핵심은 또래 평균처럼 연간 5~6㎝씩 꾸준히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간혹 키가 매우 큰 어린이 중에는 성조숙이나 소아비만으로 너무 빨리 최종 신장에 다다르는 경우도 있다. 이 역시 성장, 비만 치료를 통해 자녀가 좀 더 오래 키를 키울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박원장은 말한다.

2차 성장급진기, 단 한 번의 기회만으로 아이의 키를 훌쩍 키울 순 없다. 어려서부터 아이의 성장 패턴을 눈여겨보고 성장 타이밍에 맞춰 적절한 케어와 치료가 개입되어야 한다.

디지털기획팀 이세연 lovo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