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과 ‘국가정보원 댓글공작’ 사건을 비교하며 “두 사건을 동일시하는 것은 파리를 가리켜 새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드루킹은 ‘온라인 선거브로커’에 불과해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나선 국정원 댓글 사건과는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추 대표는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징역 4년이 최종 확정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원세훈 전 원장은 2012년 총선 과정에서 국정원 심리전단을 동원해 온라인 기사에 댓글을 달게 했고 선거에 영향을 끼쳤다. 국가기관을 이용해 수년간 조직적으로 정치와 선거에 관여한 범죄행위를 법이 심판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적 중립이 생명인 국가기관이 여론을 호도하는 행위는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된다”면서 “자유한국당은 국가기관을 동원한 댓글 사건과 드루킹의 댓글 장난을 동일시하는데, 이는 파리를 보고 새라고 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추 대표는 “드루킹은 온라인 영향력을 내세워 권력 줄 대고 이권을 챙기려 한 온라인 선거 브로커”라며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민주당 대표인 저와 민주당 의원들을 공격했다.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당원이라는 이유로 연관성 묻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또 “정치적 위세를 착각하고 협박과 댓글 장난을 통해 권력에 기생하려 한 한심한 온라인 세력은 민주주의의 적이고 민주당은 이들과 단호히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 대표는 “수사 당국이 철저히 수사해 하루 속히 해결해야 한다. 남북정상회담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드루킹으로 위기를 타개하려는 한국당 꼼수도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고질적인 국회 보이콧 천막쇼에 이어 어제 대한민국 4.19 기념식을 걷어찼다. 민생을 걷어차고 개헌 협상을 뒤엎더니 이제 역사마저 외면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국회에서 가출하신 분들 밥 안 굶고 밥은 제때 먹는지 궁금하다”며 “기념식을 내팽개치고 한국당은 정쟁 불 지피기 목적으로 서울지방경찰청 항의방문을 했다. 이제 정말 공당인지 의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김경수 의원은 한국당의 정치 공세에도 불구하고 의연하게 드루킹 수사, 필요하면 특검 조사도 받겠다는 뜻을 밝혔다. 저희도 한 점 의혹 없이 명명백백하게 분명히 나아가겠다”고 했다.
반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김경수 의원에 대해 “경남도청이 아니라 감옥에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을 MB 정권 실세였던 이상득 전 의원에 빗대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경수 의원도 같은 처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홍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경남지사 출마를 선언한 김경수 의원이 자기가 갈 곳은 경남도청이 아니라 감옥일 수도 있다는 걸 깨달을 때는 이미 늦었을 것”이라며 "젊고 촉망 받는 정치인이 권력의 허세를 믿고 우왕좌왕 나대는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2011년 10월 MB 정권의 최고 실세가 당사 대표실로 (나를) 찾아와 이듬해 국회의원 선거에 다시 출마해서 국회의장을 하겠다고 했을 때 나는 이제 그만 정계은퇴하고 미국으로 가서 5년 동안 돌아오지 말고 여생을 편하게 지내라고 충고한 일이 있다”고 전했다.
실명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의 큰형 이상득 전 의원을 지칭한 것이었다. 홍 대표는 “MB 재임 중 감옥에 갈 수도 있고 그러면 MB는 식물대통령이 된다면서 거듭 정계은퇴를 종용했으나 그는 내 말을 무시하고 전횡을 계속하다 결국 MB 재임 중 감옥에 가고 MB는 집권 말기에 식물대통령이 됐다”고 했다.
홍 대표는 “그는 감옥에 찾아간 보좌관에게 비로소 홍 대표 말을 들을 걸 잘못 판단했다고 후회했다고 한다. 드루킹 사건의 김경수 의원을 보면서 다시금 그 말을 떠올리게 된다”고 덧붙였다. 또 "마치 자신은 치외법권 지대에 살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지만 큰 권력의 외피는 그야말로 모래성임을 깨닫는 데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역대 정권의 몰락 과정을 보면 문재인 정권의 몰락 과정은 참 빨리 왔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