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사건'에 휘말린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경남에서 공식적인 경남지사 출마선언과 함께 본격적으로 선거 활동에 돌입한다. 김 의원은 오전 경남도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날에 이어 자신의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힌 뒤 예비후보로서 일정을 소화하기로 했다.
김 의원이 출마를 강행하면서 경남지사 선거는 6·13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 의원을 앞세워 이번 지방선거에서 보수 성향이 강한 영남지역 교두보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후보로 확정한 자유한국당은 댓글 조작 공세 수위를 높이며 김 의원을 집중 공격할 태세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김경수 의원의 출마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당초 19일 오전 경남도청 서부청사 앞 광장에서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약 1시간40분을 앞두고 돌연 취소했다. 이보다 앞선 오전 9시에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예고했다가 공지 2분 만에 취소해 불출마설이 돌기도 했다. 지난 17일에도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이었지만 드루킹 논란에 출마 선언을 미뤘었다.
일각에서는 김 의원의 불출마를 관측하기도 했지만 그는 19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드루킹 사건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며 특검을 포함한 모든 조사에 당당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애당초 철저히 ‘경남 중심의 선거’를 치르기로 방향을 정한 터였다. 중앙정치권과 거리를 둔 채 지역일꾼으로 어필해 유권자의 선택을 받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19일 기자회견에서도 "이번 지방선거는 경남이 과거로 돌아갈 것인지 미래로 힘차게 나갈 것인지 결정짓는 중요한 선거"라며 "몰락하는 보수가 아니라 경남도민의 삶을 살려야 한다. 침체의 늪에 빠진 경남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조선업 위기로 인해 실업에 내몰린 노동자와 가족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정쟁이 웬 말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드루킹 사건은 중앙정치권의 최대 쟁점이 돼버렸다. 이 문제로 국회가 파행을 겪으면서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하는 것도 사실상 어려워졌다. 김 의원은 본인 의지와 달리 여야 정쟁의 한복판에서 경남지사 선거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높였다. 더구나 한국당 김태호 전 경남지사와 6년 만의 ‘리턴 매치'를 절어야 한다. 두 사람은 2012년 총선에서 경남 김해을에서 맞붙어 김 의원이 4.2%포인트 차이로 패했다.
여야 간 특별검사 도입 공방도 불붙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김 의원 기자회견 직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제 민주당이 김기식 특검, 김경수 연루 의혹 드루킹 특검을 반대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본인이 떳떳하다면 여권이 특검을 받아야 한다”고 거들었다.
민주당은 야당의 특검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우리 입장은 지방선거 전에 검경 수사가 마무리되는 것”이라며 “특검은 안 받는다”고 말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