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 염전노예 판결에 분노하는 장얘계

입력 2018-04-20 00:00
장애계가 법원의 염전노예 판결에 분노하고 있다.

20일 장애계에 따르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지난 18일 염전노예사건 가해자가 피해자인 지적장애인을 이용해 가짜 합의서를 받아내고 아무런 확인 절차 없이 그 효력을 인정해 집행유예를 선고한 법원에 대해 피해자가 국가배상을 청구했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이 패소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문제를 삼고 나섰다.

이 사건의 피해자는 약 14년간 전남 신안군에 소재한 염전에서 노동력 착취를 당한 지적장애인으로, 당시 본인 이름 외에 한글을 읽거나 쓸 수조차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심 재판부는 판결 선고가 나기 직전 가해자 쪽에서 제출한 처벌불원서를 근거로 들어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양형사유를 밝혔다.

그러나 해당 처벌불원서는 재판과정에서 가해자 가족들이 피해자를 찾아가 작성하도록 시킨 것으로, 피해자의 의사가 완전히 왜곡된 그야말로‘가짜 합의서’에 불과하다는 것이 장애계의 입장이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측은 2015년 1월 이 사건에 대한 항소심이 제기된 뒤 항소심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당심에 이르도록 피해자와의 합의에도 이르지 못했다”며 1심 재판부의 위법성을 스스로 인정한 점을 중시하고 있다.

이후 피해자는 온전히 가해자의 입장에서 판결을 내렸던 1심 재판부를 상대로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재판부의 위법성을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며 도리어 책임을 전가했다는 것이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1심 재판부의 위법성을 스스로 인정하는 판결을 눈앞에 두고도, 책임회피에 급급한 법원의 행태에 분노를 감출 수 없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특히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염전에서 장기간 노동력 착취를 당한 지적장애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제출된 문서에 대한 당사자 의사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집행유예라는 안일한 판결을 내린 것은 의심스럽고도 결코 참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질타했다.

연구소는 “합의서의 진위를 입증할만한 기본적인 서류도 없이 달랑 문서 한 장으로 집행유예를 선고한 사법부의 판단이 심히 의심스럽다”며 “향후 진행될 항소심에서도 사건을 끝까지 주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성명서를 통해 “우리는 인권의 최후보루인 사법부에서 조차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을 엄중히 지적하며, 사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언급했다.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