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은 그러한 끔찍한 잘못을 저질러놓고 50년이 넘도록 그 어떤 인정도 사과도 하지 않는 것인가요?”
베트남 퐁니·퐁넛 마을 학살 생존자 응우옌티탄(58)씨는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군이 쏜 총에 남동생을 잃은 고통을 털어놨다.
응우옌티탄씨는 “왜 한국군은 여성과 어린아이뿐이었던 우리 가족에게 총을 쏘고 수류탄을 던졌나요”라며 “어째서 한국군은 끔찍한 잘못을 저질러놓고 50년이 넘도록 인정도 사과도 하지 않나요”라고 호소했다. 이어 “죽은 남동생은 한국군이 쏜 총에 입이 다 날아갔다”고 말하면서는 감정이 북받치는 듯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하미 마을 생존자인 동명이인 응우옌티탄(61)씨는 눈물을 흘리며 그의 손을 꼭 붙잡았다.
한국군에 의해 각각 5명의 가족을 잃었다는 두 증언자는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날의 잔인한 학살의 이유를 알지 못한다”며 “베트남전 한국 참전군인들의 사과를 받고 싶다. 최소한 사과가 있어야 용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나선 이유도 설명했다. 응우옌티탄씨는 “50년 전 억울하게 희생된 우리의 가족 때문”이라며 “가족을 잃고 고통 속에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을 대신하여 지난날 있었던 어둡고 고통스럽고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될 일들을 세상에 말하기 위해서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이들은 21일부터 양일간 서울에서 열리는 시민평화법정에 참여한다. 시민평화법정은 베트남 학살 피해자가 원고가 되어 한국정부를 피고석에 앉히고 학살의 책임을 묻는 법정으로 2017년 11월부터 민족문제연구소, 한베평화재단 등 24개 시민단체가 주축이 돼 준비해왔다.
시민평화법정 준비위원회는 “베트남 중부 꽝남성에 위치한 퐁니·퐁넛 마을 및 하미 마을 학살 사건 모두 1968년에 일어나 올해 50주기를 맞은 사건”이라며 “50년이나 지연된 정의를 세우고 진실을 밝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박재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