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평 모녀’ 여동생 “지난해 11월 언니가 조카 살해”

입력 2018-04-19 14:20 수정 2018-04-19 15:18
사망한 증평 모녀가 살았던 집 현관문. 뉴시스

충북 증평군 A(41)씨 모녀 사망 사건은 A씨가 딸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밝혀졌다. 여동생 B(36)씨는 언니와 조카가 숨진 것을 알았지만, 신고하지 않고 언니의 통장과 도장, 신용카드를 훔쳐 사기 행각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괴산경찰서는 18일 인천공항에서 체포한 여동생 B씨로부터 해당 진술을 확보했다고 19일 밝혔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해 11월 27~28일쯤 언니 전화를 받고 아파트를 찾아가 보니 조카가 침대에 누워 있었다”면서 “언니는 넋이 나간 상태였다”고 진술했다.

이어 “언니가 ‘2시간 후 자수할 테니 너는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듣고 나왔다”면서 “다음 달 4일 언니 집을 다시 찾아가보니 언니가 숨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B씨는 이날 언니의 신용카드, 휴대전화, 도장을 훔쳐 3일 뒤 마카오로 출국했다. 그는 “언니와 조카가 숨진 것에 대해 신고하지 않은 것이 두려워 출국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저당 잡힌 언니 차를 매각한 과정 등도 자백했다. 그는 마카오에 머물 때 언니의 SUV를 매각할 계획을 세운 뒤 올 해 1월 1일 입국했다. 이튿날 서울의 한 구청에서 언니의 인감증명서를 대리 발급 받아 언니의 도장, 차량 등록증 등 매매서류를 갖춰 중고차 매매상 C씨를 만나 1월 3일 저당권이 설정된 언니의 SUV 차량을 1350만원에 팔았다. 이 차는 캐피탈 회사가 1200만원의 저당권을 설정해 놓은 상태였지만 B씨는 잠적했다.

B씨는 차를 판 다음 날 인도네시아로 출국한 뒤 모로코 등에 머물다 18일 오후 8시 45분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검찰과 협의해 B씨를 사문서위조, 사기 혐의로 처벌할 계획이다.

A씨 모녀는 6일 오후 자신의 아파트 안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관리비 등을 계속 연체하자 이상하게 여긴 관리사무소의 신고로 사망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부검 결과와 A씨 유서에 대한 필적 감정 결과, 외부인의 침입 흔적이 없는 점 등으로 미뤄 모녀가 생활고 등에 시달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