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김기식·드루킹에… 민주, 낙승이라던 지방선거 ‘빨간불’

입력 2018-04-19 13:36


더불어민주당의 6·13 지방선거 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당초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 적폐청산 등에 힘입어 지방선거도 낙승을 예상했지만, 여권발 초대형 악재가 계속 터지면서 내부에선 위기론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미투’·김기식 낙마…도덕성·개혁성에 흠집

‘적폐청산’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등에 업고 지지율 고공행진을 벌이던 여당에게 닥친 첫 고비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정국’이었다. 대권 잠룡 뿐 아니라 주요 지방선거 출마예정자들이 줄줄이 낙마했다. 차기 대권주자로 꼽혔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수행비서 등을 성폭행했다는 의혹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유력 충남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도 ‘미투’ 폭로로 출마를 접으면서 충남지사 선거판이 요동쳤다.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정봉주 전 의원과 민병두 의원도 성추행 의혹으로 경선 대열에서 탈락했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사퇴한 것도 내상이 깊다. ‘해외출장 갑질’ ‘후원금 땡처리‘ 등 잇따른 의혹 제기에 청와대가 ‘중앙선관위 질의’ 카드까지 꺼냈지만, 결국 선관위의 위법 결정이 나오면서 여당은 할 말이 없게 됐다. 김 전 원장은 ‘금융개혁의 전도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개혁성에 흠집이 난 상황에서 청와대와 여당의 금융개혁 동력도 상당기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드루킹’ 파문 확산…김경수 불출마설

민주당은 인터넷 댓글 조작 혐의로 구속된 김모(48·닉네임 드루킹)씨가 문 대통령의 ‘복심’ 김경수 의원과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결정타를 맞았다. 김씨가 자신이 이끄는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으로 알려진 한 변호사를 김 의원에게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했고, 변호사의 이력서가 김 의원을 거쳐 실제로 청와대로 전달된 사실이 드러났다. 김 의원이 경공모의 아지트였던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을 두 차례 방문한 점도 의혹을 사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김 의원은 경남지사 출마를 강행하려다 19일 오전 기자들에게 긴급 문자메시지를 보내 기자회견을 또 한 차례 연기했다. 김 의원은 오후 국회에서 출마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정치권에서는 김 의원의 출마선언 연기를 불출마로 보는 시각이 많다.

경남지사 선거는 지방선거에서 ‘낙동강 전투’의 승패를 가늠할 핵심 승부처였다. 민주당은 ‘경남 필승’을 위해 당초 출마를 고사하던 김 의원을 경남지사 단일후보로 합의추대하며 힘을 실었다. 하지만 ‘드루킹’ 댓글 조작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자유한국당에서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후보로 내세운 상황에서 김 의원이 낙마할 경우 경남지사 선거 승리를 장담키 어렵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지지율 변동 아직은 잠잠…바닥 민심은?

쏟아지는 악재에도 문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은 아직 견고하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16~18일 성인 1502명을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 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해 19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문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0.8% 포인트 상승한 67.6%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율도 지난주보다 2.8% 포인트 상승한 53.2%로 집계됐다. 리얼미터는 “민주당원 댓글 조작 파문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사퇴라는 악재에도 4·27 남북정상회담 관련 긍정적인 소식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여론조사는 응답률이 4.4%에 불과해 바닥민심까지 가늠하기는 어렵다. 특히 드루킹 파문의 경우 ‘댓글 조작’이라는 사안의 심각성에다 여권 핵심 실세가 연루돼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은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당은 여권의 악재를 발판삼아 전세 역전을 노리고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경찰청 앞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댓글공작, 여론조작은 국민의 마음과 정신을 혼돈스럽게 만들었다”며 “문 대통령이 직접 특검을 통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해달라”고 촉구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