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여성 서양화가이자 작가, 페미니스트로 꼽히는 나혜석(1896~1948)이 발표한 글 중 페미니스트 입장의 산문만을 묶은 책 ‘나는 페미니스트인가’가 20일 출간된다.
나혜석이 쓴 ‘이혼고백서’ ‘모(어머니) 된 감상기’ 등 대표적인 글을 망라됐다. 1부는 이혼하기 전에 쓴 글, 2부는 이혼한 뒤의 글이다.
나혜석은 우리나라 작가 가운데 가장 자주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는 사람으로 꼽힌다. 그만큼 시대를 앞서 살았고 글로 자신의 삶과 사상을 실천했다. 책 속에는 척박했던 일제강점기 우리 사회 모습과 시대를 앞서 살며 세상과 불화할 수밖에 없었던 선각자의 사상이 오롯이 담겨 있다.
1921년 ‘매일신보’에 실린 나혜석의 시도 소개됐다.
“내가 인형을 가지고 놀 때/기뻐하듯/아버지의 딸인 인형으로/남편의 아내 인형으로/그들을 기쁘게 하는/위안물 되도다/노라를 놓아라/최후로 순수하게/엄밀히 막아놓은/장벽에서/견고히 닫혔던/문을 열고/노라를 놓아주게”
‘노라’는 여성 해방의 상징이다. 나혜석은 도쿄에 유학하던 10대 후반부터 이미 선각자로서 여성해방에 관해 생각을 가다듬어왔다.
가장 논란이 됐던 ‘이혼 고백장’에서는 전남편과 연애하고 결혼하고 이혼하기까지의 개인적인 생활과 심경을 솔직하게 서술했다. 또 여성에게 일방적으로 강요되는 정조 관념을 비판함으로써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 후에는 사회의 냉대로 점점 소외되었다.
‘이혼 고백장’에는 “여성을 보통 약자라 하나 결국 강자이며, 여성을 작다 하나 위대한 것은 여성이외다. 행복은 모든 것을 지배할 수 있는 그 능력에 있는 것이외다. 가정을 지배하고, 남편을 지배하고, 자식을 지배한 나머지에 사회까지 지배하소서. 최후 승리는 여성에게 있는 것 아닌가……탐험하는 자가 없으면 그 길은 영원히 못 갈 것이요, 우리가 욕심을 내지 아니하면 우리 자손들을 무엇을 주어 살리자는 말이오? 우리가 비난을 받지 않으면 우리의 역사를 무엇으로 꾸미자는 말이오?”라는 물음으로 100년 후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은 가갸날에서 새롭게 시도하는 ‘일제강점기 새로읽기’ 시리즈의 하나로 출간된다.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