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혜석 ‘나는 페미니스트인가’…‘일제강점기 새로읽기’ 시리즈 첫선

입력 2018-04-19 11:31
사진=문화콘텐츠닷컴 홈페이지

국내 최초 여성 서양화가이자 작가, 페미니스트로 꼽히는 나혜석(1896~1948)이 발표한 글 중 페미니스트 입장의 산문만을 묶은 책 ‘나는 페미니스트인가’가 20일 출간된다.

나혜석이 쓴 ‘이혼고백서’ ‘모(어머니) 된 감상기’ 등 대표적인 글을 망라됐다. 1부는 이혼하기 전에 쓴 글, 2부는 이혼한 뒤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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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석은 우리나라 작가 가운데 가장 자주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는 사람으로 꼽힌다. 그만큼 시대를 앞서 살았고 글로 자신의 삶과 사상을 실천했다. 책 속에는 척박했던 일제강점기 우리 사회 모습과 시대를 앞서 살며 세상과 불화할 수밖에 없었던 선각자의 사상이 오롯이 담겨 있다.

1921년 ‘매일신보’에 실린 나혜석의 시도 소개됐다.

“내가 인형을 가지고 놀 때/기뻐하듯/아버지의 딸인 인형으로/남편의 아내 인형으로/그들을 기쁘게 하는/위안물 되도다/노라를 놓아라/최후로 순수하게/엄밀히 막아놓은/장벽에서/견고히 닫혔던/문을 열고/노라를 놓아주게”

‘노라’는 여성 해방의 상징이다. 나혜석은 도쿄에 유학하던 10대 후반부터 이미 선각자로서 여성해방에 관해 생각을 가다듬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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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논란이 됐던 ‘이혼 고백장’에서는 전남편과 연애하고 결혼하고 이혼하기까지의 개인적인 생활과 심경을 솔직하게 서술했다. 또 여성에게 일방적으로 강요되는 정조 관념을 비판함으로써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 후에는 사회의 냉대로 점점 소외되었다.

‘이혼 고백장’에는 “여성을 보통 약자라 하나 결국 강자이며, 여성을 작다 하나 위대한 것은 여성이외다. 행복은 모든 것을 지배할 수 있는 그 능력에 있는 것이외다. 가정을 지배하고, 남편을 지배하고, 자식을 지배한 나머지에 사회까지 지배하소서. 최후 승리는 여성에게 있는 것 아닌가……탐험하는 자가 없으면 그 길은 영원히 못 갈 것이요, 우리가 욕심을 내지 아니하면 우리 자손들을 무엇을 주어 살리자는 말이오? 우리가 비난을 받지 않으면 우리의 역사를 무엇으로 꾸미자는 말이오?”라는 물음으로 100년 후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은 가갸날에서 새롭게 시도하는 ‘일제강점기 새로읽기’ 시리즈의 하나로 출간된다.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