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김기식 여파로 당청관계 균열 조짐?

입력 2018-04-19 06:15

드루킹의 인사 청탁 통로로 ‘민주당’ 거론에 불만 많아
“초기 대응 잘못” 목소리도… 김기식 낙마에 의견 다양
“선관위, 여론몰이식 해석” 일부 발언에 지도부 곤혹

닉네임 ‘드루킹’의 댓글 조작 의혹 사건과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낙마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당청 관계가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그동안 당이 청와대에 너무 끌려다녔다”는 불만과 자성이 나오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지난 17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댓글 조작 의혹으로 구속된 김모(48·닉네임 드루킹)씨의 인사 청탁 통로로 ‘민주당’을 거론한 것에 불만이 많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씨가 김경수 의원에게 청와대 행정관으로 추천한 인사에 대해 “김 의원 명의로 추천된 게 아니고 민주당 법률자문단 명의로 추천됐다”고 설명했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당 차원의 인사 추천 여부를 아직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박범계 수석대변인은 18일 “당 차원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추천 경위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선 당시 법률지원단에서 근무한 당직자들도 관련 내용을 모르고 있다.

민주당 내부 회의에서는 “청와대가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설명을 한 것인지 모르겠다” “청와대에 항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긴밀한 협의 없이 당에 책임을 떠넘긴 게 아니냐는 취지다. 청와대가 사실 관계를 잘못 파악한 게 아니라면 당 명의로 청와대에 인사가 추천됐는데도 당에서 관련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지난 대선 선대위에서 활동한 한 의원은 “선대위에는 워낙 많은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에 정확하게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전 원장 및 드루킹 사건과 관련한 당의 초기 대응을 비판하는 자성의 목소리도 크다. 한 중진 의원은 “당 입장에서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넘어갔어야 했는데 지금 설명이 꼬여버렸다”며 “당이 청와대에 끌려가면서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당 차원에서 초기에 확실히 대응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와 사전에 논의되지 않은 일부 의원들의 발언도 문제로 지적된다. 더좋은미래 소속 의원들은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해석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의원들은 “선관위의 여론몰이식 정치적 해석”이라고 비판했다. 당 지도부는 난처하다는 반응이다. 선관위가 청와대의 질의를 받아 관련 해석을 내놓았는데 이 결과를 여당 의원들이 앞장서서 비판하면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이유다. 당 관계자는 “일부 지도부는 더좋은미래 소속 의원들의 집단행동에 상당히 화가 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는 김태년 의원도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법이 워낙 어려워서 지역 선관위마다 해석이 다른 경우가 다반사다. 이번 일을 계기로 선거법을 보다 명확하고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 의원은 “선관위의 권위를 훼손한다거나 선관위의 결정을 부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덧붙였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