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김모(48)씨에 이어 ‘서유기’라는 필명으로 알려진 박모(30)씨도 경찰이 구속 수사키로 했다. 박씨는 텔레그램 메신저에서는 ‘서유기’라는 닉네임을 썼지만 김씨가 운영해온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이나 ‘엠엘비파크’ ‘오늘의유머’ 등 진보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인생2방’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했다. 경공모 자금이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선거캠프 자원봉사자에게 건네졌을 때에도 박씨 명의의 통장이 이용됐다.
서울경찰청은 매크로(자동명령수행) 프로그램으로 인터넷 기사 댓글의 공감 수를 조작한 혐의(업무방해)로 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8일 밝혔다. 박씨는 지난달 21일 경찰이 경기도 파주의 느릅나무출판사를 압수수색할 때도 현장에 있었다. ‘드루킹’ 김씨와 다른 2명은 현장에서 USB 메모리 등을 숨기다 긴급체포됐지만 박씨는 경찰이 증거인멸에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긴급체포하지 않았다.
그러나 박씨는 경공모에서 조직의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세운 비누 업체인 ‘플로랄맘’ 대표인 데다 경공모 내부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온 간부급 인물이었다. 경찰 압수수색 당시 출판사 사무실에서는 박씨 이름이 적힌 차량 보험 서류와 알뜰폰 등록 서류 등이 발견됐다. 김씨가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선거캠프 자원봉사자에게 경공모 자금 200만원을 송금할 때 동원된 계좌도 박씨 명의로 개설된 것이었다. 김씨는 이 때문에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았다.
박씨는 경공모에서는 회원들에게 ‘문재인님 기사 게시판 푸시 알림 설정’을 지시했고,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후보의 ‘우윳빛깔김경수’ 팬클럽에 가입하라고 독려하는 글도 올렸다. 경공모에서 드루킹 김씨의 강의가 열릴 때면 박씨가 해외 참석자에게 수강료 송금 방법을 안내하기도 했다. 박씨는 진보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김씨의 글을 옮기며 경공모를 홍보하는 역할도 했다.
한편 김씨는 옥중에서 자신의 카페 회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정치적 보복을 받고 있다. 조용히 처리해야 형량이 늘지 않는다”면서 “반목하지 말고 뭉쳐서 힘을 모아 달라”고 주문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