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사인 훔치기? 빼곡하게 적힌 '커닝페이퍼'

입력 2018-04-19 06:00
18일 오후 광주 북구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8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대 LG 트윈스의 경기, LG 더그아웃 복도 벽에 KIA 투수들의 구종별 사인이 적혀 있는 종이가 붙어있다. 2018.04.18. 사진=뉴시스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사인 훔치기'가 도마 위에 올랐다.

1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KIA 타이거즈와 맞붙은 LG의 더그아웃에는 이상한 종이 한장이 붙어 있었다. A4용지에 KIA 투수들의 구종별 사인을 적어 놓은 것이다.

몸쪽은 검지 왼쪽 터치, 바깥쪽은 검지 오른쪽 터치, 커브는 검지·중지, 슬라이더는 검지·중지·새끼, 체인지업·포크볼은 검지·중지·약지·새끼라고 구분해 놓았다. 상대 투수의 행동을 보고 몸쪽, 바깥쪽 구종을 예상할 수 있도록 작성된 것이다.

이는 명백한 사인 훔치기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선수들끼리 어떤 모션일 때는 무슨 구종이다, 몸쪽이다, 바깥쪽이다 상의하는 경우는 있어도 저렇게 선수단이 드나드는 입구에 적어 놓은 경우는 처음 봤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구단 관계자는 "전력분석 차원에서 선수들과 정보를 공유하는 경우가 있다. 저런 데이터는 가지고 있을 수 있다"며 큰 문제는 아니라고 봤다.

논란이 커지자 LG 트윈스는 주자의 도루를 돕기 위한 것이었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LG 트윈스 측은 "전력분석에서 정보전달을 하는 내용 속에 주자의 도루 시 도움이 되기 위한 내용이 있었다. 분명 잘못된 것이다. 향후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내놨다.

LG 트윈스의 이번 행위는 KBO리그 규정 제26조 1항과 2항을 위반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KBO리그 규정 제26조 불공정 정보의 입수 및 관련 행위 금지 조항 1항은 "벤치 내부, 베이스코치 및 주자가 타자에게 상대 투수의 구종 등의 전달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2항에는 전자기기 사용 금지와 함께 "벤치 외 외부 수신호 전달 금지, 경기중 외부로부터 페이퍼 등 기타 정보전달 금지"라고 명시돼 있다.

KBO 관계자는 "내일 LG 구단의 경위서를 받아본 뒤 제재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